스위스를 대표하는 산 융프라우요흐에는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세계에서 높은 산이라서가 아니다. 사실 융프라우요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을 꼽을 때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기차역이 있기 때문이다.가장 편하게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인터라켄에서 기차와 곤돌라, 다시 암벽으로 된 산을 관통해서 마침내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에 오른다. 전망대에 오를 때까지 직접 걷는 거리는 100보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유모차와 휠체어로도 문제가 없다.

마침내 다다른 전망대. 드디어 해발 3500m의 풍광을 눈으로, 마음으로 만끽할 때다. 3571m에 위치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는 기록을 가진 스핑크스 전망대에 서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알레치 빙하부터 아이거와 융프라우봉까지. 스케일이 남다른 자연의 경이에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다.
산꼭대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알프스를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1869년부터 1912년까지 이어진 융프라우요흐행 철도 건설 역사에 대한 전시, 빙하 속을 뚫어 만든 얼음 미로, 그리고 설원에서의 썰매와 집라인까지.

그러나 흥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고도 때문에 고산병의 증세로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와인 한잔을 마신 뒤 기분 좋게 취기가 도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빙하의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놀라움을 넘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을 볼 때의 감동이 밀려왔던 것도 그래서일까?
혹시 이곳에서 뜻밖의 과소비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전망대에는 시계 매장이 있는데, 매대에는 기술력으로 이름을 날리는 스위스 시계로 가득하다. 전망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 하는 고가의 제품이 매일 적어도 6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된다고 한다.
관계자는 “아마 특별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공기가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시계를 지를 수 없는 대부분의 서민 관광객(기자 포함)들은 초콜릿 매장으로 향한다. 딱히 프로모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지에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데 관광객들은 굳이 양손 가득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하산한다.

융프라우요흐를 느긋하게,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전망대 안의 레스토랑, ‘크리스털’로 향해보자. 창밖으로는 새하얀 눈과 빙하가 가득히 펼쳐진다. 창가에 앉아 이 초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샴페인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낭만이 넘친다.

레스토랑에서는 스위스 주로 스위스 전통 요리를 선보인다. 퐁뒤, 라클레트, 뢰스티 같은 메뉴가 대표적이다. 놀라운 점은 모든 요리가 아주 맛있다는 것! 관광지 레스토랑이 이렇게 훌륭할 수 있다니 깜짝 놀랄 정도다. 가격도 평지(?) 식당들 수준으로 합리적인 편이고, 서비스도 살뜰하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세가 지긋한 백발의 매니저는 한국인 손님을 특별 마크한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하는 인사말은 기본. 음식을 남기면 귀엽게 눈을 흘기는 ‘K-할머니’스러운 애교가 정감있게 다가온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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