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7일 15: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재보험기금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자금을 출자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재기금의 자금이 들어간 JKL의 블라인드펀드가 투자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직원이 과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PEF에 대한 출자자(LP)들의 사회적 책임 요구가 날로 강해지는 모양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재기금은 JKL에 확약한 펀드 출자를 철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펀드 출자 약정상 철회를 하는 게 가능한지 법률 검토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기금은 올초 콘테스트를 통해 PEF 운용사 5곳을 선정해 총 2400억원을 출자했다. JKL은 대형 부문에 선정돼 총 600억원을 출자받았다. JKL은 이 자금을 포함해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교직원공제회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약 97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문제는 이 펀드를 조성한 뒤 처음 투자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벌어졌다. 과로사 여부가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진 않았지만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조성한 공적 기금이 투입된 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와 산재기금 주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JKL은 지난 7월 직원 사망사고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에 대해 "무관용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산재기금의 출자 철회는 고용노동부가 결단을 내리면 가능할 것이라는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공무원연금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을 일으킨 데 이어 홈플러스 기습 기업회생 신청으로 논란이 되자 출자 철회를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도 결국 출자 철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산재기금이 결단을 내리면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PEF의 운용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자를 철회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투자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LP들의 요구가 날로 강해지자 PEF들은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며 앞으로 콘테스트를 진행할 때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심사 기준에 공식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운용사들은 대부분 정량평가에선 비슷한 점수를 받는 만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이어 다른 연기금·공제회도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출자 심사 기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산재기금이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LP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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