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강연은 노어노문학과가 주최하고 동대 인문예술진흥사업단에서 후원했다. 경북대는 노어노문과와 러시아유라시아연구소와 북방문화통상융합전공 등이 공동 주최해 강연을 열었다.
김기민은 연간 한 시즌(1년)간 약 50회 가량 무대에 선다고 했다. 신기한 건 국내 발레단과는 다른 연습법. "군무와 주역이 공연처럼 서는 리허설은 없어요. 주역은 주역끼리, 군무는 따로 연습을 진행해 공연에서 맞춥니다. 즉흥적으로 조율하는 데에서도 묘미가 있죠. 지나치게 맞춰놓으면 러시아에서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무용수로서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중력을 거스르는 발레리노라는 별명과 맞게 본인도 점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점프랑 상체의 움직임, 음악을 표현하는 능력은 제가 타고 난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신체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잘하는 것들로 가려지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아름답고 날렵하게 보이는 '약간의 차이'를 위해 자신을 갈고닦는다고도 덧붙였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가지는 태도에 대해서는 "모든 경험을 저장해 두는 습관"이라고 했다. "친구가 저랑 대화하며 보인 몸짓, 그리고 제가 받았던 특정 기분, 일상에서 사소한 이미지까지 메모해요. 언젠가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돼죠. 그리고 책을 많이 읽습니다. 다양한 경험의 축적이 무대 위 진짜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믿어서요." 김기민은 감정을 흉내내는 건 예술가로서 가장 지양해야할 거짓말이라고 했다. "흉내내면 관객이 다 알아요, 진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공연예술계입니다."
러시아와 비교해 한국의 발레계에 레퍼토리가 적다는 한 청중의 지적에 대해 김기민은 재정 지원과 대중의 관심 차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발레가 황실의 지원으로 융성했던 러시아는 지금도 국민 예술로 사랑받아요. 국가적 지원이 많고 관객층, 시장 규모, 단원의 수 등 많은 요소들이 러시아 발레를 튼튼하게 지지하고 있지요." 그는 자신이 노력해 한국에 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등 한국 발레계의 변화에 일조하고 싶다고도 했다.
여자 주역 무용수와의 파트너링(호흡을 맞추는 일)에 대해서는 '존중'과 '배려'를 중요하게 꼽았다. 서로 다른 배경과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발레에서는 여성 무용수가 빛나도록 남성 무용수가 돕는 역할을 많이 한다"며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언어가 서툴러 집에서 공손한 문장을 준비해 리허설 장소에 가는 등 상대방을 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고백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무용 교육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기본은 바가노바 메소드(러시아 전통 발레 교습법)로 같지만 한국인과 러시아인의 차이는 커요. 한국 무용수는 예의와 집중력, 디테일한 수정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러시아 무용수는 '이미지'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춤을 대합니다. 정교한 테크닉 훈련 전에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이죠. 마린스키발레단에서는 '박자를 세지말고 음악을 먼저 듣고 (몸으로) 노래하라'는 지침도 있어요."

김기민은 러시아 관객이 발레에 대해 모두 까다로운 비평가라고 했다. "한국 관객들은 박수를 잘 보내는 편인데 러시아 관객은 무대의 수준이 정말 높아야 박수를 쳐줍니다. 저도 입단 초반에 의상이 잘못됐거나 동작의 한끗이 다르면 '러시아 느낌이 아니다'며 뼈아픈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에 따르면 제2의 스승은 관객인 셈.
강연 직전 그는 며칠전 오른쪽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어 당분간 공연을 쉬게 됐다고도 알렸다. 의외로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고 했다. 무대가 아닌 자리에서 학생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전화위복으로 여겼다. 김기민은 강연 말미에 "무대는 매일 다르고, 그날의 컨디션·오케스트라 연주·관객까지 모두가 합쳐져 하루만의 공연을 만든다"며 "앞으로도 그 매일의 변화를 즐기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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