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재기지원펀드(재도전 펀드)' 조성액 544억원 가운데 60%(325억원)가 실패 이력이 없는 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기업 43개사 가운데 28곳이 폐업이나 회생 등 실패 경력이 없었다. 경기도가 '재기지원' 대상을 코로나 피해 기업까지 확대하고, 민간 운용사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정책 본래 취지와 달리 자금이 집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혜원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양평2)이 7일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는 민간 금융사와 함께 2019년 1호 펀드(129억원), 2021년 2호 펀드(415억원)를 조성해 투자했다. 두 펀드는 모두 실패한 창업자의 재도전을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투자한 43개사 중 28곳(65%)의 대표는 실패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호와 2호 펀드에서 각각 25억원, 299억5300만원이 이들 기업에 투자돼 전체 544억원의 60%가 실패 이력이 없는 대표에게 돌아갔다.
'재도전 펀드'가 실패 이력이 없는 기업에게도 돌아간 이유는 경기도가 재기 기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는 2호 펀드 투자 대상에 폐업자나 재창업자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기업', '연대보증이나 연체 경험이 있는 기업'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해당될 수 있는 구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금의 지역 안배 문제도 지적된다. 전체 43개 지원 기업 중 25곳이 경기도 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경기도는 "법정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했기 때문에 운용사의 재량으로 지역 외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1호 펀드는 전체 결성금 150억원 중 약 70%(105억원)를 도내 기업에 투자하고, 이 가운데 80억원 이상을 재기기업에 투자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도는 2021년 2호 펀드를 조성하면서 도내 재기기업 의무투자요건을 절대액 기준으로 낮췄다. 전체 결성금은 2호 펀드에서 450억원으로 늘었는데, 도내 의무투자 금액은 1호 펀드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경기도는 도의 출자금 대비 의무투자금액 비율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1호 펀드는 도 출자금의 100%인 80억원 이상을, 2호 펀드는 도 출자금 50억원의 140%에 달하는 70억원 이상을 도내 기업에 투자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민간 펀드 운용사의 재량권을 보장한 점도 '재기지원'이란 정책 취지를 흐리게 했다는 평가다. 1호 펀드 조성 당시 한국재도전연합회는 "재기지원펀드의 의무 투자 비율을 조성액 전액이 재도전 기업에 투자되도록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도 출자금 외 민간 투자자 확보를 위해 현행 구조가 적정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청년 스타트업 상상 콘서트'에서 "정부가 (마련한) 재도전 펀드는 1조원으로 해놨는데 좀 적어 보인다"며 규모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경기도의 사례처럼 정책 취지와 다른 방향의 투자가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혜원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화자찬했던 경기도 재기지원펀드는 계획부터 결과까지 도민에게 물음표만 남겼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1조원대 재도전 펀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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