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장비 전문기업 원익피앤이가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의 배터리 셀 서비스 신규 수주 계약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성사되면 원익피앤이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배터리 충방전 설비를 활용해 삼성SDI의 배터리 셀 성능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원익피앤이의 이번 수주를 계기로 배터리 제조사를 대신해 제품을 검수하는 ‘테스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배터리장비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원익피앤이는 수백억 원 규모의 국내 대기업 배터리 A사 초기 계약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내 주요 배터리 회사 두 곳과도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 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원익피앤이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검사 및 분석 서비스를 회사의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이 회사는 배터리 후공정에서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싸이클러’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했다. 배터리 장비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시장이 위축되자 기존 장비 판매 사업에서 서비스 영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검증된 자체 설비를 활용해 불량 셀 검출이나 배터리 팩 및 모듈의 충방전 검사 등을 선보여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에선 배터리 테스트를 전문 회사에 맡기는 ‘외주 방식’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배터리 테스트는 불량품을 걸러내고 제품의 균일한 성능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나 설비, 부지 등이 필요해 사실상 배터리 제조사는 상당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외주를 통해 이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원익피앤이는 테스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달 전기차 충전 제조 자회사인 피앤이시스템즈를 흡수합병해 사업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추가로 100억원 늘려 배터리 테스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내년 수백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있는 생산 기지에 관련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더 철저한 테스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체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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