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0년 동안 기술 트렌드가 몇 번이나 뒤집히는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혁신을 이어온 드문 기업이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게임, 업무 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로 확장하며 여전히 ‘매그니피센트 7’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국내에 번역 출간된 <마이크로소프트 혁신의 비밀>은 이 거대 기업이 어떻게 실패를 자산으로 삼고, 어떻게 혁신을 조직문화로 정착시켰는지를 내부자의 시선에서 촘촘하게 풀어낸다.
책의 두 저자 딘 캐리그넌과 조앤 가빈은 20년 넘게 MS에서 일하며 주요 의사결정과 제품 개발 현장을 경험한 인물이다. 캐리그넌은 X박스 초기 사업, 인터넷·AI 프로젝트 등 다수의 신규 사업을 매출 수십억달러 규모로 키운 실무자이며, 가빈 역시 클라우드 혁신을 이끈 기술·지속 가능성 전문가다. 이들은 MS가 지난 20여 년간 겪은 성공과 실패의 흐름을 7개 사례,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네 개의 혁신 패턴으로 정리했다.
책은 무엇보다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는 능력’이 MS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X박스 개발 과정에서 고객층에 관한 무지가 초래한 초반의 참패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MS는 이를 계기로 게이머 문화를 다시 연구하고 전략을 전면 수정해 사업을 살려냈다. 이용자의 기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정은 언제나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저자들은 MS가 실패를 숨기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바라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냈기에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MS의 혁신은 특정 부서나 몇몇 리더의 성과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유지해온 규율과 기준의 결과라는 점도 흥미롭다. 오피스,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빙, 코그니티브 서비스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제품이 성장한 배경에도 공통된 원칙이 존재한다. ‘사용자의 맥락을 깊이 이해할 것’ ‘실패를 조직의 학습 자산으로 전환할 것’ ‘기술의 본질과 장기적 가치에 집중할 것’ ‘내부의 혁신 기준을 명확히 세울 것’ 등 저자들이 정리한 네 가지 패턴은 MS가 거대한 기업이면서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오늘날 기업들은 빠른 변화 속에서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패를 피하거나 조직적 합의를 우선하면서 제때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시한다. 혁신은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을 빨리 인정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