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초고령화, 농업 인구 감소가 겹쳐 한국의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이 최근 펴낸 신간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는 지금의 농업 구조로는 더 이상 우리의 밥상을 지킬 수 없다고 진단한다. 전작 <식량위기 대한민국>이 식량 불안정의 현실을 경고했다면, 이번 책은 악화한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저자는 단순히 식량자급률을 높이거나 쌀 수입을 조절하는 방식으로는 식량안보를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농산물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역시 농업의 구조적 한계에서 찾는다. 영세한 소농 중심 구조, 낮은 기계화율, 분산된 농지 등이 가격을 높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결국 청년농 진입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40~80㏊ 규모의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스마트농업’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규모의 농지 구조가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높은 식료품 물가 역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저자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가격 접근성’이 위협 요인이라고 말한다. 낮은 생산성, 복잡한 유통, 비효율적 농지 구조가 얽힌 결과라는 분석이다.
책은 농업의 역사는 물론 기후플레이션, 필리핀·일본의 쌀 위기, 한국 농지 제도와 왜곡된 통계 구조까지 짚으며 한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검토한다. 이어 종자산업 육성, 농지 규모화, 디지털 농지지도, 법적 식량안보 체계 마련 등 정책적 처방을 제시한다. 특히 선진국 사례를 인용하며 식량안보를 산업정책이 아니라 ‘안보·복지·기후정책’의 교차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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