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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년 역사의 장수 기업 노키아 주가가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붐에 힘입어 반짝 주목받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인 주가가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신사업 기대에 힘입어 급등세를 타고 있다.
◇AI 인프라 기대에 한 달 새 40%↑
미국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노키아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36.29% 상승했다. 지난 10월 28일엔 7.77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2015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노키아는 중국 화웨이에 이은 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4세대 이동통신(LTE), 5G 등 세대 전환기마다 주가가 잠시 올랐다가 하락하는 ‘사이클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AI 통신 인프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AI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인텔에서 데이터센터·AI 사업을 담당하던 저스틴 호터드를 최고경영자(CEO)로 새롭게 선임했고, 6월에는 광통신 장비 기업 인피네라를 인수했다.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달 23일 환율 효과 등을 반영한 올 3분기 매출이 48억33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 통신 부문 매출은 4% 증가하는 데 그쳤고 통신 인프라 부문은 11%, 클라우드·네트워크 서비스 부문은 13% 불어났다.
노키아는 “특히 통신 인프라 사업 중 광통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며 “AI, 클라우드 확산으로 고성능 통신 인프라를 원하는 고객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아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의 6%가 빅테크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하이퍼스케일러에서 나왔다.
◇엔비디아도 ‘맞손’…AI-RAN 공동 개발
지난달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10억달러(약 1조4200억원)를 투자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주당 6.01달러에 신주 약 1억6639만 주를 인수하며 노키아 지분 2.9%를 확보했다.양사는 AI 기반 무선통신 인프라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선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무선접속망(RAN)에 AI 기능을 접목한 ‘AI-RAN’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AI 로봇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해 기지국이 실시간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최적화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는 생성형 AI, 로봇공학 등으로 확장되며 무선통신 네트워크 자체를 재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 vs “아직 먼 이야기”
노키아 주가 급등을 이끈 AI 신사업을 두고 시장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지난달 28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발표한 직후 노키아 투자의견을 기존 ‘보류’에서 ‘매수’로 바꿨다. 목표주가도 4.50유로에서 6.60유로로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PP포어사이트의 파울로 페스카토레 연구원은 “차세대 통신망은 AI 기술 도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AI 수혜’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AI-RAN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고, 노키아가 경쟁사보다 우위를 확보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와도 AI 인프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통신 기술을 갖춘 노키아와 협력하는 것은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에지 디바이스가 직접 AI 연산을 수행해야 하고 AI 데이터센터와의 통신량도 많아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AI-RAN은 중간 허브 역할을 해 데이터 전처리와 최적화를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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