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은 AI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 당국의 데이터 개방 등 ‘원팀 구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지난 4일 서울대 국방공학센터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김형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함정기술센터 상무는 “미국은 이제 군이 모든 걸 새로 개발하지 않고, 검증된 민수 기술을 신속히 군용에 맞게 전환한다”며 “안두릴이 주관해 미국 해군이 발주한 무인수상정(USV) 설계 건조 사업에 HD현대중공업이 참여했는데 협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계약 후 18개월 이내에 시제품 납품이라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500t, 800t급을 18개월 만에 건조하는 속도전은 한국도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이미 디펜스테크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종철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육군 소장)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무기 체계 중심에서는 미리 최종 목표치를 정해 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AI는 태생적으로 목표치를 정해 놓을 수 없다”며 “우리도 군이 요구조건을 고정해 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팰런티어처럼 기업이 작전 개념 분석 단계부터 들어와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 드론 공방전은 민군 협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드론끼리 가상의 전장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전투 행동·판단·위협 회피 등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시스템 등 민간기업이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드론에 AI를 적용해 전술 운용까지 이어지기 위한 ‘드론 전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모의 전투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드론 훈련용을 넘어 국방 AI 알고리즘과 자율 전투체계 개발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데이터 확보와 함께 군 전용 AI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윤철 한화시스템 상무는 “미국은 군 기지 내 AI 데이터센터를 설치한 뒤 팰런티어 같은 민간 기업이 상주하며 데이터를 분석한다”며 “우리도 군이 시설을 제공하고, 기업이 알고리즘과 분석력을 결합하는 ‘공동 운용형 AI 전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AI 기반 전장 운영의 핵심이 데이터인 만큼 이를 확보·관리할 인프라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국방부 내부에서 형성됐다”며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이라고 짚었다. GPU 확보 등 고성능 연산 장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려면 조(兆) 단위의 재원이 필요하다.
강경주/최영총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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