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세운4구역) 재개발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했다. 세운상가에 높이 145m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서울시의 결정에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문화유산 능욕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즉각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일인데,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문을 냈다.
최 장관과 허 청장은 종묘 입구인 대위문에서 종묘 정전까지 걸으며 경관을 둘러본 뒤 서울시를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장관은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과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게 바로 1960~19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 아닌가”라고 말했다. 허 청장도 “정부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첫 등재했던 게 종묘인데, 높은 빌딩은 수백 년간 유지해 온 우리 역사 문화 경관을 위협할 것”이라며 “이런 위험을 자초한 건 대한민국 수도이자 유산 보호 책무가 있는 서울시”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긴급 입장문을 통해 “(문체부 등이) 서울시 세운 녹지축 조성 사업과 관련해 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랜 기간 개발되지 못한 채 방치된 세운지구가 종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세운상가 일대 붕괴 직전의 판자 지붕 건물들을 한 번이라도 내려다본 분들은 이것이 수도 서울의 모습이 맞는지, 종묘라는 문화유산과 어울리는지 안타까워한다”며 “(이번 개발이)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강력 반발에 나서면서 개발이 다시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문체부 기자회견에선 세운4구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문체부는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라”며 최 장관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개발업계에 따르면 사업 지연으로 이 지역 주민이 지출한 누적 금융비용만 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문체부와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에 아무런 문의도 의논도 없이 마치 시민단체 성명문 낭독하듯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대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면 얼마든지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충돌하는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영연/이주현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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