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 풍력터빈 제조사인 중국 엔비전이 내년에 한국 지사 설립을 추진한다. 풍력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로 이어지는 '청정 에너지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탄소중립을 서두르는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프랭크 유 엔비전 수석부사장은 최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츠펑시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2026년 한국에 홍보 및 마케팅을 위한 운영 센터(operation center)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에너지 고수요 업종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한 핵심 파트너"라며 "다수의 한국 대기업들과 친환경 에너지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전은 2007년 풍력터빈 제조사로 출범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다. 비상장 회사로 매출액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연매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지난해 신규 풍력터빈 설치 용량은 14.5기가와트(GW)로 중국 골드윈드(19.3GW)에 이어 세계 2위다. 풍력터빈 외에도 ESS, 데이터센터, 넷제로 산업단지 등 '친환경 밸류체인'을 무기로 세계 20여개 국가에 60곳 넘는 지사를 두고 있다.
최근 가장 힘을 싣는 분야는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이를 질소와 결합해 운송 효율을 높인 것이 그린암모니아다. 발전 과정부터 연료 연소까지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불린다. 철강 업계에서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사업을 비롯해 친환경 선박 연료, 농업용 비료 등에 쓰인다.

엔비전이 총 10억달러를 들여 츠펑시에 지은 그린암모니아 플랜트도 지난 7월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그린암모니아를 실증 단계를 넘어 상업용으로 양산하는 세계 첫 사례다. 엔비전은 현재 연간 32만t인 생산량을 2028년 150만t으로 늘리고, 생산 단가도 석탄·가스 기반의 기존 그레이암모니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엔비전의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이다. 츠펑시에서 생산된 그린암모니아는 300㎞ 남쪽의 진저우항으로 운송된 뒤 동아시아행 운반선에 실린다. 엔비전은 최근 일본 마루베니 상사와 연간 수십만t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 부사장은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고소비 업종은 석탄과 석유를 쓰는 지금 방식에서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정부가 탄소저감 기조를 강조하는 만큼 사업 협력 기회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분야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도 일정 부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발 수입 물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국내 자급량은 줄어든다. 한화솔루션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주도하는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에 수전해(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향후 암모니아와 결합해 수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규모로 양산을 시작한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태양광, 풍력에 이어 청정에너지 시장까지 중국에 통째로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츠펑=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