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경북 구미 라면축제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방문객이 많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외국인이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체류 중인 스웨덴의 요한 위르벤 씨(22)는 “K팝을 좋아해 한국까지 왔다가 K라면 세계에 입문했다”며 “라면 축제가 열린다고 해 두 시간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고 했다. 미얀마 출신 수멧트진 씨(25)도 “세븐틴 멤버인 민규의 라면 조리법을 따라 하다 라면을 좋아하게 됐는데, 라면축제를 볼 수 있어서 흥분된다”고 했다.
구미 라면축제가 글로벌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세계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2022년 시작해 4회를 맞은 이 축제는 올해 유독 더 관심을 끌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속에 K라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영향이다. 행사 첫날 열린 ‘글로벌 라면요리왕’ 대회가 백미였다. 외국인으로 구성된 10개 팀이 K라면을 주재료로 각국 음식 문화를 접목한 이색 요리를 선보였다. 돼지국밥 콘셉트의 라면, 동남아시아식 볶음면과 라면을 결합한 퓨전 라면 등 다양한 이색 라면이 눈길을 끌었다.
‘케데헌’에서 화제가 된 라면 ‘면치기’ 장면을 따라 하는 이벤트도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 초대된 해외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140명이 축제 현장을 실시간으로 SNS에 중계하며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축제를 주도한 윤성진 구미시 총괄기획단장은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 덕분에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지난해 대비 세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구미 라면축제는 국내 1위 라면기업 농심과 구미시가 함께 기획한 지역축제다. 신라면 최대 생산공장이 구미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민관이 손을 잡았다. 행사가 열린 7~9일 사흘간 3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구미시는 추산했다. 농심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기획 중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이 행사에서 처음 선보여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회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매콤달콤한 맛 트렌드를 반영했다.
구미시는 K푸드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라면축제가 세계적 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라면이 세계적으로 팬덤을 형성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K푸드 확산에 구미시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구미=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