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후 6시께 서울 명동 일대 도로는 대규모 집회로 인한 차량 통제 여파로 사실상 ‘주차장’이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도심 곳곳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광화문에서는 보수단체 집회와 종교행사까지 열린 이날 서울 도심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9일 오전에는 상암·여의도·광화문 일대에서 마라톤대회가 잇달아 열리며 또다시 도심 곳곳이 통제됐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이 ‘교통 마비’ 상태에 빠지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영등포로터리 등 통행량이 많은 주요 도로 곳곳에서 대형 공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매주 열리는 마라톤대회와 각종 단체의 대규모 집회까지 겹치며 시민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우회로가 없어 평소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한 시간 넘게 같은 자리에 서 있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교통 마비에 기름을 붓는 또 다른 요인은 마라톤대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시와 자치구가 파악한 마라톤·걷기 행사는 93건에 달한다. 1주일에 두 번씩 마라톤 행사를 위해 도로를 통제한 셈이다. 대회는 대부분 토·일요일 오전에 집중되지만 광화문, 여의도, 반포 등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 구간에 포함돼 시민 불편이 크다. 업무 때문에 여의도에서 주말마다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김모씨(29)는 “도로가 마라톤으로 막힌다고 안내받는 날이 올해 부쩍 많아졌다”며 “버스도 돌아가니 지하철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마라톤대회 등으로 서울시의 장소 사용료 수입은 대폭 늘었다. 올 상반기 사용료는 1억4011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4788만원)의 세 배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참가비의 10%를 시가 징수하고, 가을에 각종 마라톤이 집중된 만큼 연간 수입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도 1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신고했지만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한국노총 집회에 약 1만2000명, 민주노총 집회에 약 2만2000명이 모였다. 작년에는 한 집회 주최 측이 경찰에 1만 명 참석을 신고해 일대 편도 2개 차로를 통제했지만 참가자는 경찰 추산 70명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원칙에 따라 신고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반복적인 과대 신고에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남모씨(46)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에 비해 도로를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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