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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식비중 높이면 증시 부양"…시장 과열 부추길 우려도

입력 2025-11-09 18:05   수정 2025-11-10 01:55


14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 기금은 해마다 수립하는 전략적자산배분(SAA)에 따라 5년간의 중기 목표 비중을 설정한다.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인 14.9%도 SAA에 따라 설정한 목표치다.

하지만 이렇게 설정한 목표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단기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도적으로 ±3%포인트의 비중 조정을 허용하고, 여기에 더해 2%포인트까지 특정 자산을 더 담거나 덜 담을 수 있는 전술적자산배분(TAA)을 활용하는 이유다. 특히 TAA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의결 없이 투자 실무를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해 실행할 수 있어 시장 급등락에 대응하는 완충장치로 활용돼 왔다.
◇ 증시 밀어 올릴 힘 생기지만
국민연금의 총운용자산(AUM)은 이달 들어 약 1450조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지수 상승에 대체투자 등의 수익률 호조 등으로 올 들어서만 250조원 가까운 기금 운용 수익을 올렸다. 이를 기준으로 TAA를 도입해 추가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3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분기 주식시장 전체 하루 거래대금(31조5000억원)에 맞먹는 돈을 국내 주식 매수에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가능성 자체가 증시에 던지는 긍정적 신호의 효과도 크다. 당초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4300을 넘어서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지 못하거나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SAA에 설정된 자산 배분 목표치에 3%포인트의 추가 매수 여력까지 소진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유동성 증가로 코스피지수가 높은 상승세를 나타낸 2021년 1월에도 국민연금은 목표 투자 비중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7조원어치 가까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하지만 TAA를 통해 추가 매수 여력이 생기면 코스피지수 4500 이상까지 국민연금의 주식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시장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개인 등의 매수세로 이어져 주가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위적 부양’ 부작용 무시 못 해
문제는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 TAA를 동원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환율 및 금리 급등락에 따른 시장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TAA를 활용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나치게 급락하면 시장 혼란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SAA를 통해 설정된 범위보다 더 많이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TAA를 활용한 전례는 없다. TAA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동원해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지수 5000’ 구상을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제도 설계의 기본 취지에서도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TAA 등 자산 운용 범위를 유연하게 늘리거나 줄이는 장치는 시장 과열 및 급락의 완충장치로 설계됐다. 급락장에서는 매수로 버팀목이 되고, 과열기에는 매도를 통해 거품을 완화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의 TAA 활용 논의는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중장기 수익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온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추가 매수 여부는 어디까지나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판단 영역”이라며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술적자산배분(TAA)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운용 판단에 따라 수개월 단위로 단기 자산 비중을 조정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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