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사실상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산업계보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당정은 2035년 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한선이 산업계 요구안(48%)보다 5%포인트, 상한선은 정부안(60%) 대비 1%포인트 상향됐다. 정부가 이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강행할 경우 전력·철강·정유·수송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계에선 “주요 에너지 정책에서도 산업 육성보다 환경 규제 논리가 득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환경단체 논리를 지지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업계의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불과 사흘 전 공청회에서 제시한 안보다 더 강화된 계획을 내놓은 이유다.
당정이 정한 하한 감축안(53%)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될 때까지 매년 줄인다고 했을 때 2035년 달성해야 하는 감축률로, 산업계가 당초 제시한 48%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결정은 “60% 상한은 유엔 IPCC 권고치에 못 미친다”는 환경단체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반면 “기업들이 제안한 48% 감축 계획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경제계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전력(발전) 부문은 2018년 대비 최소 68.8%, 최대 76% 이상을 줄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모두 원전으로 대체하려면 신규 원전 수십 기를 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철강·정유·석유화학 등 제조업 전반의 타격도 예상된다.
주요국이 감축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한국만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고점 대비 7~10% 줄이겠다고 했고, 일본(60%)과 독일(77%)은 목표치는 높지만 한국과 달리 NDC가 배출권거래제(ETS)와 직접 연동되지 않아 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이번 정부안은 아직 국내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김형규/양길성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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