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이어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사실상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되면서 약세를 이어가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일제히 반등세로 돌아섰다.9일(현지시간) 바이낸스 테더(USDT) 마켓에서 비트코인(BTC)은 10만6200달러로 전일 대비 약 5% 상승했다. 이더리움(ETH)은 3620달러로 6.88% 올랐고, 엑스알피(XRP)는 2.48달러로 8.6% 급등했다. 바이낸스코인(BNB)은 1009달러로 2.2%, 솔라나(SOL)는 167달러로 6.3%, 카르다노(ADA)는 0.59달러로 5.6% 각각 상승했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 센터장은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지출이 동결되면서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셧다운 종료로 이러한 제약이 해소되면 비트코인 가격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상원은 셧다운 해제를 위한 임시 지출안(CR·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하기 위한 첫 단계인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를 찬성 60표 대 반대 40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로 상원은 본회의 최종 표결 절차에 착수하게 됐으며, 표결은 30시간 이내에 진행될 예정이다.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하원 심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쳐야 셧다운 사태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이번 합의는 상원의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 8명이 공화당, 백악관과 협의 끝에 마련한 초당적 재정 합의안이다. 법안에는 군사시설, 보훈부, 농무부, 입법부 등 핵심 기관의 예산을 2026년 9월 30일까지 보장하고, 나머지 정부 부문은 내년 1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셧다운으로 해고 대상에 올랐던 4000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을 유지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인력 감축을 단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앞서 상원 민주당은 동일한 하원 통과안을 14차례나 저지했지만, 중도 및 은퇴 예정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가동 압박이 커졌다. 특히 지난 11월 1일 식량보조프로그램(SNAP) 예산이 소진되고 항공 관제 인력 부족으로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 지연이 속출하면서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확산됐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언제 최종 표결에 들어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이번 주 초에는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원은 최종 표결을 위한 회의를 오는 11일에 열기로 했다. 튠 대표는 "오늘 표결이 잘 이뤄졌다"며 "내일 본회의 절차를 마무리해 하원으로 넘길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셧다운의 완전한 종료까지는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 상원에서 합의안이 통과됐지만, 단 한 명의 상원의원이라도 절차 진행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표결 일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이들은 의료보험 보조세액공제(Affordable Care Act tax credits)' 연장 조항이 이번 합의안에서 제외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생활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공화당이 추진하는 이번 지출 법안은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을 외면한 만큼 민주당은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의 7주간 세금 낭비 휴가를 끝내기 위해 하원에서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렉 카사르 민주당 하원의원도 "의료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는 합의는 미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공화당은 건강보험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구두 약속만 믿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항복"이라고 비판했다.
업계는 미 정부의 운영이 정상화되고 의회에 묶여 있던 예산안이 통과되면 가상자산 시장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지난 6일 기준 미국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는 9540억달러에 달했다. TGA는 미 재무부가 정부 자금을 예치해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현금 계좌다. 셧다운으로 예산안 처리가 중단되면서 각종 지출이 막혔고, 이 자금이 TGA에 묶여 있었다. 만약 셧다운이 해제되면 그동안 집행이 멈췄던 예산, 급여, 보조금, 보험료, 공공계약 대금 등이 한꺼번에 풀린다. 이 과정에서 민간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시중 유동성이 확대된다.
여기에 더해 연준의 회계 구조상 TGA는 '연준이 정부에 빚지고 있는 돈'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TGA에서 예산을 집행하면 연준의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연준은 자산(부채+자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채로 인식되는 '은행 준비금'을 늘리게 된다. 은행 준비금은 시중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일종의 비상금 개념이다. 준비금이 늘어나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확대되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급되는 자금이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비트멕스 소속 분석가들은 "셧다운이 이어지는 동안 TGA 잔고가 1조달러에 육박하면서 시중 자금 약 7000억달러가 흡수됐다"며 "이에 따라 단기 자금조달시장이 경색되고 위험자산의 유동성이 고갈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셧다운 해제가 '대규모 유동성 스냅백(원 상태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촉발할 것"이라며 "이는 비트코인이 연말마다 보여온 계절적 강세 흐름과 맞물려 단기 랠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서 헤이즈 마엘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지난 7월 미국이 부채한도를 상향한 이후 TGA가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비트코인과 시장 유동성이 각각 5%, 8% 하락했다"며 "셧다운이 끝나면 TGA가 감소하고 달러 유동성이 다시 증가하면서 비트코인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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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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