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83주년을 맞은 미국의 한 부부가 '세계 최장수 부부'로 등극했다. 이들 부부는 "서로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오랜 시간 결혼 생활을 유지한 비결을 전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로 공식 인정된 엘리너 기튼스(107), 라일 기튼스(108) 부부를 소개했다.
앞서 세계 최고령자들 기관 롱제비퀘스트의 글로벌 검증위원회는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기튼스 부부를 최근 '세계 최장수 결혼 부부'로 공식 인정했다. 위원회는 1942년 결혼증명서, 미 인구조사 기록, 수십 년간의 자료 등을 교차 확인했다.
엘리너는 롱제비퀘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남편 라일 역시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롱제비퀘스트는 지난 4일 "브라질의 마누엘 디노(106)와 85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온 마리아 디노(102)가 10월 세상을 떠나면서 기튼스 부부가 최장 결혼 기록을 이어받았다"고 전했다. 또 "기튼스 부부는 두 사람의 나이를 합쳐 216세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의 부부이기도 하다"며 "전쟁과 수많은 역경을 함께 극복한 특별한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부부의 첫 만남은 1941년이다. 당시 라일은 클라크 애틀랜타 대학 농구팀 선수로 뛰었고, 엘리너는 경기 관람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엘리너는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라일을 처음 만난 날이라는 것만 기억난다"고 돌이켰다.
이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라일이 징집될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결심했다. 라일은 조지아주 미군 훈련소에서 3일 휴가를 받아 1942년 6월4일 결혼식을 올렸다. 라일은 "인종분리 시대였던 당시, 신부를 만나기 위해 흑인 전용 객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했다"며 "엘리너를 위해서라면 그 모든 여정이 가치 있었다"고 밝혔다.
라일이 미 육군 제92보병사단 소속으로 이탈리아 전선에 파병되자, 엘리너는 "남편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미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그는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시댁 가족을 처음 만났다.
엘리너는 항공 부품 제조업체 근무하며 가정을 꾸렸다. 부부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갔지만, 라일의 편지는 검열로 대부분 검게 지워졌다고.
전쟁이 끝난 뒤 두 사람은 뉴욕에 정착했다. 이후엔 함께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정부기관에서 일했다.
69세가 된 엘리너는 미국 뉴욕 포드햄대에서 도시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딸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라일은 "뉴욕이 그립지만, 이렇게 아내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롱제비퀘스트 유튜브 영상에서 "우리는 함께한 시간이 즐겁다. 정말 많은 일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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