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인공지능(AI) 없이 기사를 쓰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검색, 번역, 퇴고 등 AI를 활용해 나만의 모델을 만들어 상당한 업무를 맡기고 있는 터라 손발이 묶이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챗GPT 출시 3년 만에 AI는 ‘직장인의 필수품’인 엑셀, 파워포인트보다 강력한 도구가 됐다. 이제는 AI가 없으면 제대로 일도 못하는 바보가 된 게 아닐까 걱정마저 든다.웹 시대가 인간을 인지적 의존 상태로 만들었다면 AI는 정서적 의존도까지 높이고 있다. 웹에서는 비록 얼굴을 모르는 타인일지라도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날 선 비판이나 따뜻한 격려가 오간다. 반면 AI는 그 자체가 대화 상대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빨아들인 AI는 웬만한 질문에 모두 답해준다. 거기에 사용자가 듣기 좋을 만한 정도의 공감과 아첨을 더해준다. 미국 사회학자 셰리 터클은 이런 관계를 ‘무마찰 관계’로 정의했다. 그는 여기에 익숙해지면 복잡한 현실의 관계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만 제공하는 ‘필터 버블’처럼 AI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AI 남용’에 갇힐 수 있다는 얘기다. 걱정해야 할 것은 주식시장의 거품만은 아닐 듯하다.
AI와의 고립된 관계는 사용자를 극한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오픈AI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챗GPT 주간활성사용자 8억여 명 중 0.15%가 자살 계획을 챗GPT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1950년 미국 기업가 앨프리드 길버트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U-238 원자력 에너지 실험실’을 출시했다. 아이들이 원자력발전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만든 이 키트에는 실제 방사성물질인 우라늄 광물이 들어 있었다. 지금의 AI는 그때 그 시절의 비이성적 열기를 떠올리게 한다. 인류에게 풍부한 에너지를 안겨준 원자력 물질이라도 아이들이 쉽게 만져서는 안 되듯, 자라나는 세대에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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