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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같은 사고 땐 임원 성과급 환수…"불복 줄소송 불보듯"

입력 2025-11-10 17:47   수정 2025-11-11 01:37

금융당국이 성과급을 포함한 금융회사 임원 보수를 주주가 통제·감시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벨기에 부동산 펀드 등 투자자 손실 사태가 금융사의 단기 성과주의와 부실한 책임경영 구조 때문이라고 당국은 보고 있다.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 통제 제도(세이온페이·say-on-pay)에 이어 임직원 성과급 환수제(클로백·clawback)까지 이중 장치를 법제화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금융회사를 과도하게 옥죄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 보호 드라이브 건 당국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성과·보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입법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세이온페이, 클로백 등의 제도를 법제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 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등 금융사고를 방지할 일부 장치가 마련됐지만, 반복되는 사고와 뿌리 깊은 단기 성과주의를 없애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사 임원 보수를 주주가 통제하는 제도는 영국,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한 제도다. 금융사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도입 초기 주주 반대가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효과는 강력했다. 개별 임원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이 언론 등에 공개돼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정기적인 투표를 거치도록 관련법이 개정돼 현재 주주 승인 없이는 경영진 보수 인상 등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년마다 주요 임원의 급여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했다.

성과급 환수제 역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일부 회사가 성과급 이연 등을 통해 환수를 위한 기초 근거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권고에 해당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 환수 제도가 유명무실한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2023년 지급한 성과급 1조원에 대해 투자 손실 등에 따라 실제 환수한 금액은 9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사에서 내부 규정을 통해 관련 장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강력한 강제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압박에 금융사 부담 ‘눈덩이’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사 KPI(핵심성과지표) 개편도 수술대에 올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권 KPI에 관해 “(그간) 매우 잘못된 부분이 많이 있었다”며 “상품을 출시해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굉장히 많이 받고, 실제로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금융당국은 기존 배상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금감원은 금융상품 판매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분쟁 조정 중인 ‘벨기에 펀드’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판매사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 내부 통제 위반이 확인되면 기존에 처리된 건을 포함한 모든 분쟁 민원의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된 펀드로, 약 9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전액 손실을 내면서 논란이 됐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임원 보수 주주 통제 제도와 임직원 성과급 환수제 등이 도입될 경우 회사 경영진과 주주의 갈등, 법적 소송 등 분쟁이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특히 이미 지급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것은 법적 분쟁 소지가 커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모든 정책 초점이 맞춰지면서 금융 혁신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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