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벨기에 부동산 펀드 등 투자자 손실 사태가 금융사의 단기 성과주의와 부실한 책임경영 구조 때문이라고 당국은 보고 있다.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 통제 제도(세이온페이·say-on-pay)에 이어 임직원 성과급 환수제(클로백·clawback)까지 이중 장치를 법제화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금융회사를 과도하게 옥죄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사 임원 보수를 주주가 통제하는 제도는 영국,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한 제도다. 금융사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도입 초기 주주 반대가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효과는 강력했다. 개별 임원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이 언론 등에 공개돼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정기적인 투표를 거치도록 관련법이 개정돼 현재 주주 승인 없이는 경영진 보수 인상 등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년마다 주요 임원의 급여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했다.
성과급 환수제 역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일부 회사가 성과급 이연 등을 통해 환수를 위한 기초 근거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권고에 해당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 환수 제도가 유명무실한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2023년 지급한 성과급 1조원에 대해 투자 손실 등에 따라 실제 환수한 금액은 9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사에서 내부 규정을 통해 관련 장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강력한 강제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존 배상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금감원은 금융상품 판매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분쟁 조정 중인 ‘벨기에 펀드’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판매사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 내부 통제 위반이 확인되면 기존에 처리된 건을 포함한 모든 분쟁 민원의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된 펀드로, 약 9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전액 손실을 내면서 논란이 됐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임원 보수 주주 통제 제도와 임직원 성과급 환수제 등이 도입될 경우 회사 경영진과 주주의 갈등, 법적 소송 등 분쟁이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특히 이미 지급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것은 법적 분쟁 소지가 커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모든 정책 초점이 맞춰지면서 금융 혁신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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