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는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이 제조업종과 기술업종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고배당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에는 최고세율 49.5%에 달하는 종합과세를 하지 않고 25~3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예산정책처는 ‘배당 성향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 증가율이 5% 이상’인 고배당 기업 요건이 제조 업체와 기술 기업 등에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산업 특성상 이익을 배당하기보다는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한 제조 업체는 전체의 14.5%에 불과했다.
증권가는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정부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제조업에선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하는 비율이 20.6%에 달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금융·보험업은 이 비율이 44.4%에 이른다.
기업들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해선 고배당 기업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요건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적용 대상이 거의 없고,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당소득에 대해선 조건 없이 분리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성장기 기업은 투자가, 성숙기 기업은 배당이 유리한데 여의도나 세종에서 혜택 기준을 마음대로 설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높아 배당을 촉진할 인센티브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지원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을 35%로 낮추더라도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세율(20~25%)보다 여전히 높아 개인 대주주에 대한 배당 확대 유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 같은 비판 여론을 고려해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교육세율 인상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예산정책처는 “대출 금리 같은 금융·보험서비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나 교육 분야 간 국가교육재정 배분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익 금액이 1조원을 넘는 금융·보험업자는 59개로 전체(4764개)의 1.2% 수준이지만, 이들이 납부한 세액은 1조3000억원으로 전체(1조5000억원)의 80%가 넘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증세만 의식할 뿐 기본적인 조세 정비엔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지출 심층 평가에 따라 폐지 권고를 받은 제도는 손대지 않으면서 증권거래세율과 법인세율, 교육세율만 인상했다”며 “이번 세법 개정 방향은 일부 자산가나 대기업만 겨냥해 ‘부자 증세’를 했다 혼란에 빠진 프랑스 모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광식/최해련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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