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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말라"…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입력 2025-11-11 04:39   수정 2025-11-11 06:48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녀 재단에 대한 기부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그렉 애벨에 대한 주주 신뢰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버핏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서한에서 “세 자녀의 나이가 많아진 만큼 버크셔 주식의 배분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로써 자녀들이 대리이사로 교체되기 전에 내 재산 대부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한은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로서 쓰는 마지막 공개 서한이다. 이후부터는 후임 CEO로 지목된 그레그 아벨 부회장이 주주서한을 이어받는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이 찰리(멍거)와 내가 오랫동안 누렸던 신뢰감을 그렉에게도 느낄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수준의 신뢰가 쌓이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내 자녀들과 버크셔 이사진 모두 이미 100% 그렉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그렉 애벨은 내년 초부터 CEO로 취임하며, 버핏은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다.

버핏은 2분기 말 기준 1490억 달러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이번에 A주 1800주를 B주 270만주로 전환해 총 13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네 개 가족 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A주는 ‘경영권’, B주는 ‘기부용’

A주와 B주는 같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이지만, 가격과 의결권, 거래 편의성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버크셔 A주는 버핏이 1965년 인수 당시부터 보유해온 ‘원조 주식’으로, 주당 가격이 약 75만 달러에 달한다. 의결권이 막강해 1주가 B주 1만 주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버핏은 이 A주를 주로 직접 보유하며, 경영권 통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B주는 1996년 버크셔가 소액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로 발행한 주식이다. 주당 가격은 약 500달러 수준으로 A주의 1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거래가 자유롭고 분할이 가능하다. 의결권은 A주의 1만분의 1에 불과해, 회사의 의사결정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기부나 상속, 사회 환원 목적에는 B주가 훨씬 적합하다. A주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나누어 증여하거나 일부를 팔기 어렵지만, B주는 유동성이 높고 단위가 작아 재단이 필요한 시점에 일부만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또한 B주는 의결권이 미미해, 버핏이 회사 경영권을 유지한 채로도 대규모 기부가 가능하다.
즉, 그는 “통제력은 유지하면서 자산은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 를 만든 셈이다. 이번에 버핏이 A주 1800주를 B주 270만 주로 바꿔 기부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기부 대상은 수전 톰슨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하워드 G. 버핏 재단, 노보 재단이다.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은 버핏의 첫 번째 부인인 고 수전 버핏의 이름을 딴 재단이다. 이 재단은 미국 내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사업과 여성 건강·재생산권 지원에 집중한다. 수전 버핏은 2004년 7월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셔우드 재단은 장녀 수지 버핏이 운영하는 사회공헌 재단으로, 네브래스카 지역사회 복지, 공공교육 개선,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을 후원한다.

하워드 G. 버핏 재단은 장남 하워드 버핏이 설립했으며, 글로벌 식량안보, 농업개발, 인도주의 구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노보 재단은 차남 피터 버핏과 그의 아내 제니퍼 버핏이 공동 운영하며, 젠더 평등, 소녀 교육, 사회정의, 가정폭력 근절 등을 지원한다.

버핏은 “생전 기부 속도를 높이는 것은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관점 변화 때문이 아니다”며
“버크셔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영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나는 ‘조용히 지낸다(going quiet)’… 뭐 그런 셈이다”라며 특유의 유머를 덧붙였다.

또한 드물게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놀랍게도 전반적으로 건강하다. 움직임은 느려졌고 글씨 읽기도 점점 어렵지만, 여전히 주 5일 사무실에 나와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늙음을 늦게 맞이했지만, 일단 시작되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배운다”고 말했다.
“미국도, 버크셔도 반드시 회복한다”

버핏은 1965년 직물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보험·철도·유틸리티·소비재를 아우르는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복합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버크셔는 내가 아는 어떤 기업보다 파괴적 재앙 가능성이 작다”며 재무 안정성을 재확인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9월 말 기준 3816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분기 연속으로 주식을 매도하며 고평가된 시장 속에서도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

버핏은 “버크셔의 거대한 규모는 강점이자 한계”라며 “향후 10~20년 후에는 버크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0%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랠리 속에서 S&P500보다는 다소 뒤처졌지만, 방어적 종목군보다는 나은 성과를 냈다.

버핏은 “우리 주가가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며, 현 경영진 체제에서 지난 60년 동안 세 차례나 경험했듯 50% 가까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망하지 말라. 미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며 버크셔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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