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성공리에 마무리됐지만, 행사에 동원된 경찰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10일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APEC 기간 동안 일부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져 동원 경찰들에게 제대로 된 숙소나 음식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복도 바닥에서 박스를 이불처럼 덮고 쪽잠을 자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줬다.

또 다른 사진에는 영화관 바닥 누워 쉬거나, 모포 하나만 깔고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있었다. 일부는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서 묵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측은 "모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곳이 있어, 폐지를 줍는 분에게서 상자를 빌려 덮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밥을 사 먹었다", "밥이 다 식어 찬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올라왔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도 사진전을 열어 APEC 동원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복지를 알리고, 경찰 지휘부를 대상으로 한 직무 감사 및 전수조사,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