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4구역 건물 높이를 71.9m에서 141.9m로 완화한 서울시 결정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가 “문화·경제를 다 망칠 수 있는 근시안”이라며 정면으로 반대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감성 말고 과학적으로 보자”며 공개토론을 다시 제안했다.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오 시장은 “대법원이 이미 서울시 손을 들어줬는데 정부가 법을 고쳐서라도 막겠다는 건 과도한 확대해석”이라고 했다. 그는 “종묘 경계선에서 100m 이내가 법으로 보호되는 구역인데, 이번에 높이를 올려주는 곳은 170~190m 바깥, 더 안쪽 종묘 정전에서는 500m 이상 떨어져 있다”며 “500m 떨어진 건물이 시야를 막는다는 건 감성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가 “숨이 턱 막힌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선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세운지구 개발 논리도 길게 설명했다. 세운상가 일대는 1960년대 조성 이후 50년 넘게 노후화돼 콘크리트가 떨어질 정도인데, 이 구역을 허물고 종묘~청계천~남산으로 이어지는 폭 100m 녹지축을 만들려면 이주비 등으로만 1조5000억원이 들기 때문에 세금 대신 주변 용적과 높이를 올려 주고 그 이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라고 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이득이 업자에게 가는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세운상가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계획에서도 세운4구역 남쪽(청계천 쪽) 높이를 최대 145m까지 허용하는 대신 녹지축을 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의 논리는 다르다. 김민석 총리는 전날 종묘 현장을 찾아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개발은 막겠다”고 했고,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도 같은 취지로 “경관을 해치는 고층화를 용인할 수 없다”며 법 개정을 언급했다. 서울시 고시가 나간 뒤에도 중앙정부가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 점을 두고 “문화재청장이면 더 규제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보호구역 밖까지 전부 못 짓게 하겠다는 건 서울 도심 재생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라면 개발과 문화재 보호가 양립하면 오히려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응해 주면 어디서든 토론하겠다”고 재차 공개토론 의사를 밝혔다.
정치 쟁점화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정책과 관련해 ‘오세훈 시정·개인 비리 검증 TF’를 예고한 데 대해 그는 “두 달 전부터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고 있는데 한번 지켜보겠다”며 “만에 하나 특검이 기소해도 제 거취를 스스로 정할 문제”라고 했다.
여권 내 경쟁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에 대해선 “일 잘한다”며 짧게 평가하면서도 “혹시 적군이 될지 모르니 그 이상은 후하게 못한다”고 농담을 섞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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