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1일 14: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롯데케미칼의 6637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물량을 전량 인수했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메리츠증권과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을 담보로 PRS 계약을 맺었으나 재협상에 실패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PRS 6637억원을 발행어음 계정 등을 통해 직접 인수했다. 증권사가 재매각(셀다운) 없이 한 기업에 6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을 담보로 메리츠증권과 6637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PRS 계약 금리는 연 5%대로, 매년 약 332억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당시 부채상환 압박이 컸던 롯데케미칼이 급하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에 유리한 조건으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발행사인 롯데케미칼이 직접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형태로 신용위험을 증권사가 떠안는 일반적인 PRS 계약과 달랐다.
롯데케미칼의 PRS는 기관투자가에게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형태로 셀다운(재매각)돼 3개월마다 롤오버(차환)됐는데, 시장이 경색될 경우 롯데케미칼이 직접 상환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증권사가 신용을 보강하는 구조라면, 채무불이행 발생 시 책임은 증권사에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까지 협상에서 메리츠증권에 신용 보강을 요청했지만, 메리츠증권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아 협의가 결렬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한국투자증권이 물량을 인수했다.
이번 대규모 인수는 한국투자증권의 자금 운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18조원대 발행어음과 자기자본 등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를 직접 진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지만 2023년 이후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의 저가 수주 경쟁으로 향후 수익성 개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장기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 등으로 확대된 재무부담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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