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국감.'
매년 국정감사가 끝날 때마다 정치권에서 수식어처럼 반복되는 말이지만, 올해는 이 표현이 유난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가 국정운영에 대한 검증보다는 정쟁으로 일관했고, 주요 상임위는 고성으로 얼룩지고 파행은 일상화되면서다. 특히 일부 상임위원장들의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진행 방식은 '최악의 국감'이라는 논란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여야 위원들 모두에게서 여러 차례 박수를 받았던 위원장, '이 상임위만큼은 정책 국감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듣는 곳도 있었다. 바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다. 정쟁 없이 정책 위주의 질의가 이뤄지다 보니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모두 좋아 '낙제자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국회 기재위원장은 10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의정활동의 꽃은 국정감사"라며 "민생국감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제 단호함이라는 기질이 잘 어우러져 이번 국감을 잘 마쳤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며 "첫 여성 기재위원장으로서 데뷔했는데 평가가 좋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임 위원장은 지난 의정 생활 10년 내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21대 국회에서 환노위 간사 등을 맡으며 노동 관련 문제를 사실상 전담했고, 당내에선 '전투력'을 입증했다. 이 때문에 그가 기재위원장으로 선출됐을 당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임 위원장은 기재위 여야 위원 모두에게서 박수받는 장면을 만들어내며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전사적이고 투사적인 이미지가 있다 보니 기재위도 그렇게 끌고 갈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지난 10월 16일 국세청 감사차 세종시에 갔을 때를 꼽았다. 그는 "감사 후 여야 위원들이 제게 '위원장으로서 사회를 잘 보고 리드를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는데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종합감사가 이뤄지기 전에 피감기관들로부터 지적사항에 대한 대응 계획을 받아 공개한 것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원산지정보원, 한국통계정보원 등 1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에서 지적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계획을 받아 이를 공개한 것.
임 위원장은 "피감 기관이 이미 공개적으로 조치 계획을 약속했기 때문에 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제도 개선이 이행될 수 있다"며 "이런 것이야말로 민생 국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재위는 국정감사를 마쳤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한미 관세 협상 등 국회 비준 동의 등 굵직한 현안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임 위원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선 "반드시 통과돼야 하고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며 "여야 기재위 의원들이 발의한 안을 보면 (최고세율) 25%가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한다는 목표를 고려하면, 배당 성향에 대한 전제 조건 자체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가장 획기적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재위 산하 예산소위는 이달 안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그는 국회 비준 동의 논란이 제기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문제기를 제기했다.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 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인지를 두고 여야는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양해각서로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천문학적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헌법 60조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국민 주권 정부라면서 왜 국회 비준은 안 받겠다는 건가"라며 "헌법에 따르면 이 정도 사안은 분명히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차피 여당 (의석) 숫자가 훨씬 많아서 다 통과시킬 수 있는데, 왜 특별법으로 가겠다는 거냐"며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헌정사상 첫 여성 기재위원장으로서 올해 국감을 치른 소감은?
"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만 있다가 기재위원장으로 처음에 왔을 때 많은 분이 우려했다고 하더라. 저에게 전사적이고 투사적인 이미지가 있다 보니 기재위도 그렇게 끌고 갈 것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헌정사상 첫 여성 기재위원장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제 단호함이라는 기질이 잘 어우러져 이번 국감을 잘 마쳤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저는 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꽃은 국정감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정감사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보좌진들의 수고로움이 합쳐져 민생을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해 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애초에 '민생 국감'을 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했고, 좋은 질의나 정책을 제안하는 의원들은 북돋아 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의원들이 위원장인 제게 불만 없이 잘했던 것 같다. 첫 여성 기재위원장으로서 데뷔했는데 평가가 좋으니 너무 감사하다."
▶특히 종합 감사 전에 피감 기관의 대응 계획을 미리 정리해 공개한 것이 인상 깊었다.
"헌정사상 제가 최초로 시도한 방식일 것이다. 제가 3선으로 (의정 활동이) 10년째인데, 이렇게 보면 국감 후 감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미묘한 쟁점 때문에 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감사를 했으면 시정이든 제도 개선이든 빨리 이행돼야 하는데, 보고서 채택이 안 되면 그간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그래서 제가 종합감사(종감) 전에 의원들의 주요 질의 내용을 정리하고, 피감 기관에 조치 계획을 미리 제출하도록 했다. 종감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피감 기관들이 계획서 제출에 모두 잘 협조했다. 피감 기관이 이미 공개적으로 조치 계획을 약속했기 때문에 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제도 개선이 이행될 수 있다. 저는 이런 것이야말로 민생 국감이라고 생각한다."
▶여당 시절부터 주식시장 밸류업에 관심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코스피 5000'이 목표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내 증시 부양 목표에 대한 생각과 평가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지 않나.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코스피 5000 정책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숫자를 목표로 세워놓고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이 스스로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자생적으로 성장해 코스피가 올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숫자(코스피 5000)에만 매몰돼 실물 경제를 외면한다면,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자본 시장 활성화 정책이 오히려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받쳐주고 있으나, 이것이 무너지면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자생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숫자에 매몰되고 있는데 대해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배당소득 분리과세(세제 개편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고,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안건은 11월에 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35% 세율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기재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안을 보면 25%가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의 35% 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공감대가 있으며, 양도소득세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25%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저는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한다는 목표를 고려하면, 배당 성향에 대한 전제 조건 자체도 없애야 한다고도 화끈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이 가장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국회 비준 동의 논란 등이 있는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데 아직도 팩트 시트가 안 나왔다. 이상하다. 정부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해서 마지막에 가서 공개해야 하는데, 말이 계속 바뀌지 않나. 처음에는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라 협상이 잘 됐다'고 하더니 나중엔 '국익에 반하는 것은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말의 앞뒤가 전혀 안 맞는다.
기존에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0%였고 EU나 일본이 2.5%였는데, 15%로 같아졌다. 우리에게 12.5%가 와야 잘 된 협상이라고 본다. 15% 관세면 우리는 경쟁력이 오히려 더 약해진 것이다. 뭘 잘했다는 건가. 또 처음에는 '이건 절대 현금 투자가 아니고 보증이나 대출'이라고 했는데, 지금 와 보니 현금 투자가 맞지 않나. 단지 할부만 할 뿐이다. 어떤 이익 분배 구조도 나아진 게 없지 않나. 쌀이나 소고기 관련돼서도 미국은 계속 '한국이 전면 개방'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국민 주권 정부라면서 왜 국회 비준은 안 받겠다는 건가. 헌법에 따르면 이 정도 사안은 분명히 비준 동의를 받아야 는 것 아닌가. 어차피 이리 가나 저리 가나 민주당 의석수가 훨씬 많아서 다 통과시킬 수 있는데, 왜 특별법으로 가겠다는 건가. 뭐 켕기는 게 있는 건가 의심된다. 국민 주권 정부라고 하지 말든지, 국민 주권 정부가 모양새 빠지는 짓을 하고 있다."
이슬기/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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