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문 필수 기초자재인 시멘트업계가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34년 이래 최악의 시멘트 판매 감소가 예고되면서다. 건설경기 부양 등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삼표시멘트,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시멘트협회(이하 협회)는 11일 올해 시멘트 내수(출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5%(721만t) 급감한 3650만톤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3650만t은 국내 시멘트업계가 34년 전인 지난 1991년 기록한 내수 3711만t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멘트업계는 1997년 시멘트산업 사상 최대 실적인 6175만t을 기록하고, 이듬해 IMF 외환위기로 4461만t으로 급락한 바 있다.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 2017년 5671만t까지 회복한지 불과 8년만인 올해 무려 2000여만t이 급감하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은 업계 생산능력이 4210만t이었고, 국가 정책상 수도권 외곽에 조성하는 신도시 건설사업의 영향으로 시멘트 내수가 급증하는 시기라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며 “현재는 생산능력이 6100만톤까지 늘어났지만 내수는 급락하고 있어 지금의 가동률을 감안한다면 단순 수치 비교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에선 올해 시멘트 내수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주요 선행지표들의 동반 급락을 꼽고 있다. 올해 건설수주가 지난해 대비 18.9% 줄었다. 동행지표인 건축착공, 건설기성(총 공사 중 실제 완료된 공사량 금액)마저 전년 동기(1~7월) 대비 각각 12.8%, 18.1% 감소했다. 국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예산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협회는 내년 시멘트 수요전망도 올해보다 50만t 하락한 3600만t으로 전망했다. 건설착공 부진의 지속으로 건설현장 가동이 줄고, PF리스크, 대출 연체율 상승 등 건설업계의 수익성 하락을 주도한 만성적인 자금문제, 건설 공사비의 폭증으로 시멘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향후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주택공급 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건설산업 부양의지로 인해 정책의 발표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 SOC 사업예산 27조5000억원을 적시에 집행해 하락폭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시멘트 수요 부진에 더해 시멘트업계는 설상가상으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도입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 준수까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일 정부에서 발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감축안도 시멘트업계의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8년 대비 53~61% 감축안을 준수하려면 시멘트업계의 생산시설이나 감축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달성 가능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면서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운반비가 약 40% 인상됐다. 이 기간 약 1200억원을 추가 부담하며 화주의 운임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시멘트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단기적인 운임 인상보다 시멘트 수요 부진에 따른 BCT 운반 물량의 급감으로 일감이 줄어들었다. 시멘트업계 경영여건 개선과 함께 BCT 기사의 생계를 위해 정부 차원의 시멘트 수요 진작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갈수록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시멘트 수요 급감에 시멘트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추가적인 규제안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