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심사위원단은 10일(현지시간)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어둡지만 읽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 평가했다. 상금은 5만파운드(약 9600만원).
<플레시>는 헝가리 주택단지에서 자란 내성적인 청년이 이라크전쟁과 런던 상류 사회를 거쳐 계급 상승과 몰락을 겪는 여정을 그린다. 작품은 남성성, 권력, 계급, 이주,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며 개인의 욕망과 사회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로디 도일 심사위원장은 “절제된 문체와 여백의 활용 그리고 노동계급 남성의 삶을 섬세히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솔로이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헝가리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런던에서 성장했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금융 광고업계에서 일한 이력이 있으며 2008년 데뷔작 <런던과 남동부>로 주목받았다. 2016년에는 <올 댓 맨 이즈>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한다.
수상 소감에서 솔로이는 “이 작품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고,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소설은 미학적·형식적·도덕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과 헝가리 사이에서 정체성의 경계에 선 감정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는 올해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작품은 동아시아 격동기를 배경으로 재일동포 2세 남성과 미국인 아내 그리고 딸의 세대를 잇는 삶을 그렸다. 수전 최는 2004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 2019년 <신뢰 연습>으로 미국도서상을 받은 실력파로, 올해 부커상 후보에 올라 아시아계 작가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올해 부커상에는 153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심사에는 소설가 로디 도일과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 등이 참여했다. 부커상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문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영어 외 언어로 쓰여 영어로 번역된 작품에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이 별도로 수여되며,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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