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일본에서도 반도체 관련 장비 기업 등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는 산업 전반에 이노베이션 효과를 가져올 범용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실제로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전반에서 성장 촉진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언제 효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AI에 의한 경제성장 촉진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AI 효과’에 대한 기대가 미리 반영돼 AI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대가 과도해질 경우 버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AI 혁명으로 주가가 오르며 주목받는 일본 기업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들고 있는 어드밴테스트나 도쿄일렉트론 등이다. 이들은 실제로 매출이 확대되고,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보여주며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견실함이 있다. 이러한 견실함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등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갑자기 위축된다면 반도체 분야 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일본의 반도체 제조 관련 장비, 소재 기업의 실적도 악화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AI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빅테크 등의 막대한 투자는 신생 기업에 의해 주도된 1990년대의 닷컴버블기 당시와는 다르다. 경험이 많고 수익성도 보유한 거대 기업 간에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가 재정자금을 투입하면서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건설을 유도하고 인력 양성, 전력 등 관련 인프라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AI 기술이 기업, 산업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승자독식의 디지털 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 경쟁국에 앞서서 보다 고도의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식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실 일본도 막대한 재정자금을 계속 투입하면서 약화한 반도체산업의 회생에 주력 중이다.
현재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를 어느 기업, 어느 나라가 먼저 개발할 것인지가 관심 사안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을 개발하는 것이 중시되고 있다. AGI 이후에는 양자컴퓨팅 기반의 AI 개발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안보가 중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및 각 기업이 AI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은 예상보다 더 장기화할 수 있다. AI 혁명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기술이 완전히 성숙되는 시기는 가까운 미래에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될 수 있다.
AI 투자의 장기적인 확대 추세 속에서 단기적 투자 순환 주기의 영향이 나올 것인지, PC나 스마트폰처럼 경기 사이클을 그리면서 갑자기 투자가 조정되고 관련 주가가 하강 압력을 받게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수요 사이클보다 전력 부족 등 공급 측면에서의 애로로 AI 투자가 악영향을 받게 되고 반도체, 장비, 공조기기 등 각종 주변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경기순환 주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력 인프라의 확충이 중요한 시점이며, 중국은 이미 가장 저렴한 발전 단가로 떨어지기 시작한 태양광, 육상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는 방향이다. 이에 반해 트럼프 정권의 재생에너지 후퇴 정책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은 기존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 AI용 전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려는 전략이지만 이는 미국 AI 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도 AI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메가 솔라 건설을 규제하겠다는 계획이라 어느 편인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 AI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 전력 인프라의 구축, 보안 및 윤리 규정 정착, 근로자의 새로운 스킬 향상 교육 기반 강화, 각 산업의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 혁신을 통해 근로자 임금의 확대와 경제 전체의 성장 효과를 조기에 거둘 수 있도록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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