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엔비디아가 매년 인공지능(AI) 칩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장비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기존 18~24개월이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했다. 올해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했고, 내년 ‘루빈’, 2027년 ‘루빈 울트라’, 2028년 ‘파인만’ 등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연산 속도는 블랙웰(10페타플롭스)에서 블랙웰 울트라(15페타플롭스)로 넘어가며 1.5배, 루빈(50페타플롭스)으로 업그레이드될 때는 3.3배 개선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계 장치 등의 감가상각을 제품 출시 주기와 반드시 연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버리의 주장은 기술 주기가 빠른 산업에서 감가상각 연장을 과도하게 적용하면 이익 과대계상 위험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알파벳, 메타, 아마존 3개 기업의 네트워크·컴퓨팅 장비 내용연수를 3년으로 줄이면 주당순이익(EPS)이 5~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기준을 오라클, MS까지 포함한 5개 기업에 적용해 연간 세전 총이익이 260억달러(약 38조원), 시가총액은 7800억달러(약 110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논란은 AI 칩 공급사인 엔비디아와 수요자인 빅테크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오픈AI 역시 이런 우려에 공감을 나타냈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한 행사에서 “우리는 항상 최첨단 칩을 원하지만 지금은 컴퓨팅 자원이 한정돼 6~7년 된 (엔비디아) A100 수준의 AI 칩을 사용한다”며 “개발 주기가 짧아지면 자금 조달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현재 적자 상태인 오픈AI는 엔비디아로부터 자금을 받아 다시 엔비디아 AI 칩을 구매하는 계약을 지난 9월 맺었다.
하지만 버리의 주장이 공매도를 실현하기 위한 억측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빅테크는 AI 학습 외에도 GPU를 다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에 5~6년의 내용연수가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연산 능력이 뛰어난 AI 칩은 AI 모델 개발을 위한 ‘학습’에 쓰인 뒤 다시 AI 모델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추론’으로 재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기술 투자자 리처드 자크는 이를 “게임용 노트북을 가족에게 물려줘 이메일 등 문서 작업을 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구글, 아마존, MS 등은 구세대 GPU를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과학 시뮬레이션, 비디오 트랜스코딩(파일 형식 변환) 등 자사 사업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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