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신사옥 개소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과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차세대 제품·공정 관련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푸케 CEO의 방한을 계기로 ASML이 삼성전자와 함께 7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국내에 짓기로 한 공동 연구개발(R&D)센터(조인트랩)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SML은 ‘초미세공정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빛의 파장이 13.5㎚인 EUV 장비는 193㎚ 파장을 활용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보다 미세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초미세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분류된다.
하이 NA EUV는 전 세대 EUV와 비교해 빛의 파장은 같지만 렌즈가 빛을 모을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NA를 높인 게 특징이다. 기존 장비의 NA(0.33)보다 40% 향상된 0.55의 NA를 구현해 1.7배 정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성능이 개선된 만큼 가격은 대당 5500억원 수준으로 기존 EUV 장비(약 3000억원)보다 83.3% 비싸다. 연간 생산가능 물량이 7~8대에 불과해 반도체 업체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연내 최신 하이 NA EUV를 한 대 들여온 뒤 내년 상반기 한 대 더 도입하기로 했다. 올초 R&D용 하이 NA EUV 장비를 경기 화성캠퍼스에 설치한 삼성전자는 새로 도입한 양산용 장비를 파운드리 승부처인 2㎚ 이하 공정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2027년께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인 VCT D램 등 고성능·저전력 D램 개발 및 양산에도 활용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월 하이 NA EUV를 경기 이천 M16 공장에 반입했다. 양산용 D램 공장에 하이 NA EUV 장비를 설치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 장비를 VCT D램 생산에 활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푸케 CEO가 이번 방한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에 들렀고, 최 회장도 2023년 12월 ASML 본사를 방문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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