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 반도체와 기억 장치인 메모리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끄는 황철주 회장은 11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국제학술대회 ‘KISM 2025’에서 “과거에는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가 따로 존재했지만, AI 시대엔 사람 뇌처럼 한 공간에서 같은 속도로 작동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처럼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 반도체와 기억을 관장하는 메모리가 하나의 칩처럼 작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황 회장은 AI 시대 반도체는 고층 빌딩과 같은 모습을 띨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47년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이후 반도체 구조는 정해진 면적에 단독주택(회로)을 많이 짓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데이터가 수평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열이 발생한다”며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듯이, 칩을 고층 아파트처럼 만들면 성능과 발열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미래 반도체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고층 아파트처럼 만들려면 특별한 반도체 소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리콘 기판 대신 유리, 플라스틱 등에 전자회로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자층박막성장장비(ALG)를 예로 들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ALG를 사용하면 1000도 이상 고온에서만 구현할 수 있던 ‘3-5족 화합물 반도체’(주기율표 3족 원소와 5족 원소를 결합한 반도체)를 400도 이하의 얇은 유리 기판 위에서도 양산할 수 있다.
황 회장은 “기존 증착(반도체 표면에 박막을 형성하는 과정) 장비가 눈이 쌓이는 구조라면 ALG는 얼음이 어는 원리와 같다”며 “얼음을 살얼음, 통얼음 등 여러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반도체도 3차원(3D)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장비를 적용하면 여러 반도체 관련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시대 성공방정식은 ‘기술’이 아니라 ‘혁신’이라고 황 회장은 강조했다. “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 경쟁자가 있지만, 혁신은 부족함이 있어도 경쟁자가 없다. 기술은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하지만 혁신은 만든 자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날 SK하이닉스도 발표를 통해 AI 반도체 기술을 공유했다. 강지호 SK하이닉스 C&C공정 담당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AI 시대 필수 기술로 꼽았다. 그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를 적층할 때 칩 사이에 들어가는 전도성 돌기인 ‘범프’를 없애고 칩끼리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D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을 연결하는 기존 실리콘관통전극(TSV)보다 반도체를 더 쌓을 수 있다. 강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활용하면 발열을 줄이는 동시에 성능(대역폭)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이르면 2027년 HBM4E(7세대 HBM) 양산에 도입할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D램뿐 아니라 낸드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박의명/황정환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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