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반세기 동안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등 수많은 고비를 겪으면서도 ‘좋은 원단을 만들어보겠다’는 뚝심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섬유인으로서 정말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오병철 정우섬유 회장(74)은 11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제39회 섬유의 날 및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50년 전 섬유업계에 뛰어든 오 회장은 1982년 서울 성수동의 작은 공장에서 정우섬유를 차리고 니트와 직물을 만들어 해외에 팔았다. 지난해 수출 실적은 1억4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편직 생산능력(단일 공장 기준)을 갖춘 생산설비도 보유했다.
한국의 섬유업이 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오 회장 생각은 다르다. 그는 “섬유 제조부터 브랜드, 벤더 등 섬유업 종사자들이 함께 뭉쳐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섬유업은 다시 한번 한국 수출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자부심과 혁신으로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섬유업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섬유·패션업계 종사자에게 수여된 훈장과 표창 등은 오 회장이 받은 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해 80점에 이른다. 서순희 던필드알파 회장은 ‘크로커다일’ ‘피에르가르뎅’ 등 해외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유통해 탄탄한 중견 패션기업을 일군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섬유의 날 제정 이후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건 서 회장이 처음이다. 100% 국산 원자재를 사용해 고부가가치 원단 ‘레인보우’를 개발한 대한방직의 김인호 사장은 산업포장을 받았다.
서상규 통합 대표와 경기섬유산업연합회는 대통령 표창을, 변규학 성림섬유 대표, 이상협 풍국산업 사장, 정재열 두올 대표, 조소형 부천 이사는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 38점과 섬산련 회장 표창 33점도 수여됐다.
섬유의 날은 1987년 11월 11일 한국 섬유업계가 단일 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해마다 섬유의 날이 되면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기념식을 열고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한 섬유·패션인의 공을 기린다. 이 자리에는 한국 섬유산업의 역사를 함께한 기업인도 대거 참석하는데, 이날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노희찬 삼일그룹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등이 섬유의 날과 섬산련 창립 50주년을 축하했다.
참석자들은 섬유·패션업의 재도약을 위해 민관이 합심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섬유업은 한때 한국의 수출을 떠받치는 주역이었지만 최근엔 선진국의 기술력과 후발국의 저가 공세 사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은 “섬유·패션업이 여전히 6만여 개 기업, 100만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한국 제조업의 뿌리인 만큼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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