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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이시옷 딜레마

입력 2025-11-12 17:33   수정 2025-11-13 00:12

‘애증의 사이시옷’이 과연 없어질까.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폐지를 포함해 사이시옷 규정을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019년 실태 조사와 가능성을 검토한 뒤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장맛비 내리는 하굣길에 막냇동생과 함께 만둣국을 먹었다’는 한 커뮤니티 이용자의 조롱이 ‘장마비 내리는 하교길에 막내동생과 함께 만두국을 먹었다’로 바뀔지 궁금하다.

규칙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 모두 동의하지 않고, 불편부당하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나온다. 그 규칙을 고치거나 없애는 것은 더 어렵다. 구르기 시작한 바위는 계속 뒹굴려고 하는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불편한 현실에 눈감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이시옷 폐지 불가능하지 않아
우윳값과 배춧값의 차이가 뭘까. 우윳값은 사전에 있고, 배춧값은 없다. 배추값 역시 없다. 한글 맞춤법 규정은 배춧값으로 쓰게 유혹한다. 규칙의 관성이 통하는 것이다. 한국어 사용자 사이에서 우리말 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한탄이 나온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씀을 원칙으로 한다(제1항).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표음주의와 어법에 맞도록 적는다는 의미주의, 형태주의를 모두 취한다. 형태주의는 형태소의 본래 모양을 밝혀 적는 것을 말한다. 두 원칙이 부딪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사이시옷은 소리와 기호의 절충 결과다. 등교+길은 소리대로 적으면 ‘등교낄, 등굗낄’이다. ‘길’이 ‘낄’로 바뀌어 형태소 본래 모양을 밝혀 적는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두 원칙을 에두르기 위한 것이 사이시옷이다. 여러 조건을 갖춘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30항 2) 사이시옷을 덧댄다. 그래서 ‘등굣길’이다. 등굣길을 신문에서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전셋값과 장밋빛은 이제 익숙하지만 출셋길과 원윳값, 맥줏집, 고양잇과는 아직도 낯설다. 개편 필요성이 불거진 이유다.
개편은 사용하기 편한 쪽으로
사이시옷은 중세 국어에도 있었다. 주로 ‘나랏말’(나라+ㅅ+말) ‘가람ㅅ가’(가람+ㅅ+가=강가)처럼 관형격 조사 ‘의’ 기능으로 사용했다. 음운 현상을 외연하는 기능은 ‘빗물’ ‘나모ㅅ니피(나뭇잎이)’ 등에서 보인다. 이렇게 긴 역사를 지닌 사이시옷을 없앨 수 있을까.

북한이 먼저 이 불편을 해결했다. 광복 이후까지 남북한은 같은 맞춤법을 사용했다. 그러다 북한이 1954년 ‘조선어 철자법’을 마련하며 사이시옷 대신 ‘사이표( ′)’를 도입했다. 깃발을 기 ′발로 표기하는 식이다. 1966년에는 ‘조선말 규범집’에서 이마저 없앴다. 명분은 규범 간소화였다. 사이시옷 폐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규칙은 규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편하자고 만든 규칙이 언어생활을 옥죈다면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바닷가 파도치는 마을→바다가 파도치는 마을’을 맞닥뜨리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해발’은 해발(海拔)인지 햇발(햇살)인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폐지냐, 부분 개편이냐, 고수냐의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

정답은 우리말 사용자가 편해야 한다는 데 있다. 어차피 언어는 자유로운 모순덩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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