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정부 출범 이후인 올해 6~9월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는 총 5만4453건이었다. 이 중 자금 마련 통로로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기재한 사례는 1만199건으로 18.7%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총 5만2255건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기재한 서류가 7095건(13.6%)에 그쳤다. 개인이 아파트와 단독·다가구·연립주택 매입을 위해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금액 기준으로 봐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6~9월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1조7167억원이다. 2023년(7240억원)과 작년(1조4368억원)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37.1%, 19.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와 50대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30대 매수인이 신고한 총주택 금액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작년 2.25%에서 올해(1~9월) 2.82%로 상승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내 모든 주택, 비규제지역 내 6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주식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주택 매수자는 현금, 주식·채권 매각대금, 증여·상속, 대출 등 자금 출처를 세부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투자자도 많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6월 4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일각에선 ‘코스피지수 5000’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특정 자산 가격이 급등해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 투자자는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에 나선다. 가격이 급등한 자산을 매각하고 덜 오른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건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시중 유동성이 풀리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수세만 꺾는 게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국내 증시로 장기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려면 ‘주식이 우상향한다’는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5000을 찍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 조정 국면에서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시장 구조에선 장기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식·부동산 세제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자는 2년 이상 부동산을 보유하면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받는다. 하지만 주식과 주식형 펀드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 또 주택 임대소득 2000만원 미만은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주식은 같은 금액의 배당소득에 세금 15.4%를 일괄 부과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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