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개발 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글로벌 1위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신약 개발 플랫폼의 적응증을 비만과 근육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릴리에 계약금 4000만달러(약 585억원)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최대 25억6200만달러(약 3조7500억원)에 신약 개발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술수출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 접근을 막는 뇌혈관장벽(BBB)을 뚫고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플랫폼 기술이다. 양사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 계약액은 총 8조원에 육박한다. 이번 계약은 지난 4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 설립 이후 누적 총액은 71억9000만달러(약 10조5400억원)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 금액 공개 거래를 기준으로 누적 기술수출 금액이 가장 큰 기업은 알테오젠(74억4400만달러)이지만, 이 회사의 기술은 기존 약의 제형을 바꾸는 데 활용된다. 이에 비해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순수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가격제한폭(29.95%)까지 뛴 12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적응증을 비만과 근육 질환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기술이전 계약은 그랩바디 플랫폼의 적용 가능 모달리티(치료 접근법)가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적용 가능 모달리티로 비만과 근육을 콕 집어 언급했다. 실제 이번 계약으로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는 일라이릴리는 최근 근육 관련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마운자로’를 앞세워 글로벌 비만약 시장을 평정했지만 근육 손실이 비만약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만큼 이를 해결해야만 경쟁이 격화하는 비만약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다음달 발표를 목표로 그랩바디-B 플랫폼을 근육 질환 치료제 약물 전달체로 활용하는 가능성에 대한 기전 논문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는 이 논문이 그랩바디-B가 혈액근육장벽(BMB)을 넘어 타깃 약물을 근육 세포까지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는 메커니즘을 상세히 다룰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논문 발표에 앞서 확보된 데이터가 이번 빅딜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일라이릴리가 근육 보존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송영찬/이우상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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