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회계법인 딜본부에서 일하는 A이사는 1주일에 2~3일은 지방 출장을 간다. 회사 경영권 매각 의사가 있는 지방 중소기업 오너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알짜’ 기업을 찾는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와 이들을 연결해주는 게 A이사의 주요 업무다. 그는 “평생 일군 회사를 이어받아 잘 경영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값을 쳐줄 PEF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 시작되면서 PEF 역할론이 더 커지고 있다. 2세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성장은 한계에 부딪힌 지방 제조기업들은 PEF가 경영권을 인수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분위기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다른 ‘큰손’인 국내 주요 대기업은 지방 강소기업 인수엔 큰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증여와 상속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고 대주주 지배력이 약해진 기업 중에서도 PEF와 손을 잡는 방안을 고민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 상장사 오너들은 상법 개정 여파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강해질 조짐을 보이자 PEF 파트너를 찾고 있다.
PEF가 ‘백기사’로 활약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돕고, 재무적 우군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사례는 H&Q코리아의 현대엘리베이터 투자다. H&Q는 2023년 쉰들러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현대엘리베이터에 3100억원을 투자해 현정은 회장을 도왔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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