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루이지애나주에서 건설 중인 메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하이페리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사모펀드(PE), 프로젝트 파이낸싱, 회사채를 결합한 복합 금융 구조로, 시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 금융’이라 불린다.
메타는 이미 AI 투자 확대로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직접 차입 대신 합작법인 ‘비녜 인베스터’를 설립해 자금을 우회 조달했다.
블루아울 캐피털은 약 30억 달러를 투자해 80%의 사모지분을 확보, 메타는 이미 투입한 13억 달러로 20% 지분을 유지했다.
이 합작법인은 이후 2049년 만기 채권 270억 달러를 발행했고, 이 중 180억 달러를 핌코가 매입했다. 채권 금리는 연 6.58%로 메타의 일반 회사채보다 약 1%포인트 이상 높다.
핵심은 임대 구조다. 메타는 해당 데이터센터를 ‘임차인’으로 사용하면서 임대료를 지급하고, 이 임대료로 채권 이자·원금 및 투자자 배당이 지급된다. 하지만 메타는 4년마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옵션)를 보유했다.
그 대신, 계약을 조기 종료할 경우 투자자와 채권자의 손실을 모두 보전해야 하는 ‘보증 조항’이 붙었다. 즉, 회계상으로는 임차인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메타가 부채를 간접 보증하는 구조다.
블루아울은 이 구조를 “채권처럼 안정적인 수익(고정수익 위험)에, 주식처럼 높은 이익 가능성을 결합한 투자 모델”로 평가했다. 블루아울은 메타의 안정적 임대료를 기반으로 이자 수익을 얻으면서도, 데이터센터 가치 상승 시 주식형 수익까지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전문 회사인 밴티지 데이터 센터스가 텍사스와 위스콘신에 각각 38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오라클은 여기에 15년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사용자는 오픈AI다.
하지만 오픈AI는 직접 차입 능력이 부족하고, 오라클 역시 빅테크 중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편이다.
이에 JP모간체이스와 미쓰비시UFJ(MUFG)가 주간을 맡아, 은행단이 밴티지에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을 제공했다. 오라클은 밴티지에 임대료를 지급하고, 밴티지는 이 자금을 은행단의 대출 상환 재원으로 사용한다. 즉, ‘오라클의 임대료 → 밴티지 → 은행단(채권자)’ 순으로 현금이 흐르는 구조다.
이번 딜에는 30곳 이상의 은행이 참여했으며, 규모가 너무 커서 일부 은행들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대출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약 연 6.4%로, 오라클의 유사 만기 회사채보다 약 2%포인트 높다. JP모간은 이 대출에 대해 비교적 소규모 평가사인 ‘크롤’로부터 BBB 등급만 받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편입은 어렵다.
머스크는 오픈AI를 능가하겠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 등 다른 기업의 현금을 동원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칩 30만 개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180억 달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생기업인 xAI는 이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하기 어렵다.
이에 머스크는 사모펀드 발로 이쿼티 파트너와 프라이빗 크레딧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협력을 요청했다. 두 기관은 특수목적법인(SPV) ‘발로 컴퓨트 인프라스트럭쳐’를 설립해 이 법인이 대신 칩을 구입하고, xAI는 그 칩을 일정 기간 임대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칩의 법적 소유권은 투자자 측 법인에 있으며, xAI는 임대료를 내고 이를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한다. 이 임대료가 바로 투자자들이 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재원이 된다.
즉, xAI는 칩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며, 칩을 담보로 한 금융 구조가 자금조달의 핵심이 된 셈이다.
xAI가 이 같은 ‘칩 임대형 자금조달’을 택한 이유는 현금 유동성 확보, 자산 리스크 회피, 회계상 이점 등 세 가지 때문이다. 투자자가 대신 칩을 사주고 xAI가 빌려 쓰면 초기 현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GPU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몇 년 후 구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칩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은 칩을 소유한 투자자 측이 부담하고, xAI는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외부로 이전할 수 있다. xAI가 칩을 직접 사면 대규모 부채로 잡히지만, 임대 방식으로 하면 회계상 운용비용으로 처리되어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xAI는 현금 부담과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자들은 칩 자산의 희소성과 AI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셈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그 고객 간의 순환 투자 구조가 AI 자산 시장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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