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당일인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과자 매대엔 ‘빼빼로데이’를 알리는 행사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진열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매대 아래쪽에만 소량 남아 있었고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한 굿즈형이나 묶음 세트 상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산리오캐릭터즈 등 특정 제품을 찾으러 왔다가 빈 매대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매장 점주 윤모 씨(40대)는 “원래는 매장 앞이나 계산대 주변에도 빼빼로 상품이 진열해뒀는데 다 나가고 남은 게 저것뿐이다”라면서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학생 손님이 많은데 이틀 전부터 팔리기 시작해 어제와 오늘은 준비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힘을 잃었던 기념일 소비가 올해 빼빼로데이에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최근 들어 단순히 빼빼로를 사는 것을 넘어 제품에 포함된 굿즈를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좋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한 제품에 소비가 몰리면서다. 기성품보다는 취향을 겨냥하는 제품에 소비가 집중되는 추세다.

12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빼빼로데이 시즌(11월1~11일)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빼빼로데이 매출이 32.4% 늘었다. 특히 인기 캐릭터, 브랜드 등과 협업해 내놓은 차별화 상품 매출이 5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 중 차별화 상품은 전체의 30~40% 정도 된다. 11월 한 달간 판매되는 빼빼로가 연간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편의점들은 이달 초부터 이색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세븐일레븐은 산리오캐릭터즈·테디베어 등 인기 캐릭터와 손잡았고 CU와 GS25도 각각 메타몽, 카카오프렌즈 블랙춘 등과 협업한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곰인형이나 꽃다발에 빼빼로를 묶어 팔던 풍경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인기 IP와 협업해 관련 굿즈나 띠부씰 등을 동봉해 판매하는 방식이 업계의 주력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기념일 소비문화가 정체된 상황에서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지출하는 ‘취향 소비’ 흐름을 반영해 수요를 끌어내는 전략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10년 가까이 편의점을 운영한 김모 씨는 “캐릭터 협업 제품 인기가 가장 좋다”면서 “올해도 준비된 물량의 90% 이상 팔렸다. 보통 빼빼로는 당일에 판매가 집중되지만 협업 제품은 행사 전에 대부분 소진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직장 동료에게 나눠줄 빼빼로를 구매한 30대 윤모 씨는 “선물용이다 보니 일반 제품보다 포장이나 디자인이 예쁜 제품에 손이 간다. 귀여운 캐릭터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으면 받는 사람도 더 좋아할 것 같아 그런 제품 위주로 고르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소비 열기는 개인 베이커리로도 번지고 있다. 이들 베이커리에서는 주로 빼빼로와 모양이 비슷한 휘낭시에를 활용하거나 피스타치오·카다이프(중동식 면) 등 인기 재료를 곁들여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한다. 보기에도 예쁘고 SNS에 공유하기도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3년째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임모 씨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개별 손님은 물론 단체 주문까지 몰리다 보니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 문의가 많이 쌓였다”라며 “평소엔 매장 운영도 같이 하는데 이번 주는 주문 물량이 워낙 많아서 홀 운영은 잠시 쉬고 제작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취향 저격 차별화 상품에 수요가 몰리자 편의점 업계는 협업 상품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고객 호응이 컸던 산리오캐릭터즈 굿즈를 내년 초 일반 상품으로 재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U 관계자도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도를 분석해 내년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도 이색적인 차별화 상품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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