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2일 11: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AI(인공지능)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사회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범용 혁신 기술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의 글로벌 AI 산업 주도와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양국의 AI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과거 관세 중심의 경제 갈등이 이제는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며, AI는 단순한 혁신을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주도권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AI 생태계와 경쟁력의 핵심 차이는?
미국의 AI 경쟁력은 민간 중심의 혁신 생태계와 글로벌 자본의 집중에 기반하고 있다. 2022년 이후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와 건수 모두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오픈AI, 앤트로픽, xAI 등 핵심 기업에 대형 투자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 등 민간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 완화 정책과 맞물리며 산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막대한 자본지출과 에너지 투자를 통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메타와 구글은 최고 수준의 인재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보상과 이주 지원을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자율적 혁신, 인재 집중, 글로벌 영향력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AI 경쟁력은 정부 주도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산업·정책·인재를 포괄하는 통합 추진 체계에서 비롯된다. 중국 정부는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 집적회로 산업 투자 펀드’와 ‘국가 AI 산업 투자 기금’ 등 대규모 재정지원을 확대했다. 2025년 과학기술 R&D 예산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981억 위안에 달하며, Moonshot AI, Zhipu AI, Baichuan AI, MiniMax, 01.AI 등 ‘AI 타이거즈’로 불리는 중국 스타트업 전략적 육성도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디지털 산업이 발달한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로 전송해 연산과 저장을 분산하는 ‘동수서산’ 프로젝트와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 사례와 같은 반도체 자립화로 인프라 기반을 강화했다. 인재 측면에서도 ‘치밍’ 프로그램 등 글로벌 인재 유치와 국내 양성 전략을 병행하며, 정부·산업·학계간 협력을 통해 AI 논문 수와 특허 등록 건수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즉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전략적 투자와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자립형 AI 생태계를 공고히 해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양국의 AI 역량을 토대로 미국은 중단기적으로 민간 서비스 중심의 산업 구조에 맞춰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B2B) 수익화와 글로벌 플랫폼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산업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며, 특히 산업용·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하며 해당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을 높였다. 장기적으로 미·중 간 경쟁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군사·전략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양국은 AI 기반 지능형 전력체계 구축과 함께 AGI(범용 인공지능)와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을 미래 안보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기술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 속 한국 기업과 정부의 전략은?
미·중 간 AI 경쟁이 격화되며 글로벌 AI 시장 확대, 반도체 등 인프라 부문의 시장 기회, 산업별 특화 AI 솔루션 시장 성장, AI 거버넌스 리더십 기회 등은 한국에 기회가 된다. 반면 자국 중심 규제, 인프라 격차, 인재 유출은 국내 AI 산업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국내 기업은 현지 수요와 기술 트렌드에 맞춘 차별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현지 파트너십,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 윤리 기준을 반영한 AI 제품 설계를 통해 기술 신뢰성과 접근성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투자 유치와 시장 확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제조·콘텐츠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산업 특화 AI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산업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산업별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반영한 솔루션은 시장성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시 기술적 차별성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AI 인재 확보와 기술 내재화도 중요하다. 기업은 연구개발 비전과 강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술자 중심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재교육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인력을 AI 역량 인재로 육성하면, 외부 인재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자립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단기 추격을 넘어 자립형 AI 생태계 구축에 적극 힘써야 한다. GPU(Graphic Processing Unit)·클라우드 등 고비용 인프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기업과 더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실험과 상용화 또한 촉진하기 위한 연산 자원과 데이터·컴퓨팅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 정책은 기술 중심을 넘어 산업 혁신형 AI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 정밀기계 등 주력 산업에 AI를 접목해 공정 자동화, 품질 예측, 생산성 혁신을 추진하고, 규제 완화와 실증 중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AGI(인공일반지능), 초지능, 군사용 AI 등 글로벌 거버넌스 의제에서도 한국은 조정자이자 리더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미·중은 경쟁 심화로 규범을 논할 여유가 없는 동안 한국이 지닌 높은 기술력과 이미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윤리, 통제, 안전성 논의의 중립적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국제 협력을 통해 AI 윤리와 안전에 관한 글로벌 기준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한국의 위상과 정책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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