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투자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앞으로 2035 NDC 달성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전환 지원을 병행하겠습니다.”
최한창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위기대응단 부단장은 11일 <한경ESG>가 주최한 ‘2025 ESG 경영혁신포럼’에서 이 같이 말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당사자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도 읽힌다.
정부는 같은 날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2035년도 NDC로 53~61% 감축안을 확정했다. NDC란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매 5년마다 각국이 스스로 결정해 발표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그동안에는 산업계 안인 48%와 시민사회의 63%안이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최 부단장은 “기본적 원칙은 순 목표(Net-Zero)체계로, 실현가능성과 도전적인 목표를 함께 고려했다”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산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녹색사업 투자와 연관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한국판 녹색전환(K-GX)을 병행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GX로 녹색전환 추진체계 구축
GX란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를 일컫는 용어다. 일본은 지난 2022년 GX추진법을 통과시키며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계의 녹색 전환 지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K-GX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이라고 최 부단장은 설명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문별 녹색전환 추진체계를 만들어 K-GX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최 부단장은 “이번 2035 NDC 하한목표는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둔 목표로, 상한은 정부 지원을 확대한 도전적 목표로 설정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차세대 전력망을 추진해 전력 인프라를 깔겠다”며 “동시에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지원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함께 패널로 참여한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NDC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탈탄소를 이루며 기업의 경쟁력도 같이 나아가야 한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의 입장이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 원장은 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로 녹색성장협의회를 주도했으나 정부가 바뀌면서 표현이 바뀌고 정책이 달라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정부를 믿고 투자를 실행했는데 정책이 바뀌면 매우 난감하다“라며 “정치적 상황과 관련 없이 일관성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 구매의무화제도(RPS) 제도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전력 계통 확보가 어려우며, 주민수용성에 따른 이격거리 규제가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전과정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통상규제와 국가 차원의 NDC는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 기업의 실제 탄소 관리가 현실적으로, 방법론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가 NDC 및 통상규제에 모두 충족하도록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여야 할지 산정해 달라고 하셨는데, 고민했지만 방법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현장의 고민을 전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규제의 한 부분인 자동차 전주기 관리(LCA)의 경우 배출계수 업데이트가 잘 안되어 반영이 안 되고 있다”라며 “NDC를 높이고, 이행을 점검하고, 수단을 강구할 때 이런 부분들도 고려를 할 부분이 아니겠는가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업계에서는 NDC와 통상압박을 모두 받고 있기 때문에 모두 감축 목표로서 압력을 받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책임자(전무)는 다배출 기업이 저탄소로 전환하는 데 있어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고 전무는 “철강, 화학, 시멘트 등 3대 다배출 업종 모두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저탄소 추가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독일의 경우 탈탄소 기술을 개발하는 비용이 탄소배출권 가격보다 비쌀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 기업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고 전무는 “다배출 기업이 장치산업이다 보니 대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부의 기존 설비 보조금은 중소기업에만 주어졌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기업 구분 없이 다배출 업종에 대한 탈탄소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친환경 제품 시장이 아직 미형성된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고 전무는 “수거·분류 과정을 거치는 재활용 제품이 신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데, 유럽은 친환경·재활용 제품을 정부 조달에 적극 포함한다”라며 “특정 제품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50% 이상 포함하는 등 친환경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력과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탄소 혁신기술 지원법 혹은 제도 나와야
그동안 정부 NDC 목표 수립에 있어 범 부처 차원의 산업 지원책은 빠져 있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최한창 부단장은 “2030 NDC 때 산업계를 위해 3조원의 R&D 예산을 배정했는데 0.9조원만 집행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앞으로 산업부문에서 (저탄소) 혁신기술 지원이 중요한데,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대해 처음부터 법 혹은 지원방안으로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후부 차원이 아니라 기재부와 산업부, 중소기업청 등 각 부문별 지원전략을 만들면 추진단이 곧 발족될 것이며 그 안에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최 부단장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 대해 “어려운 목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영농형 태양광과 육상풍력 확대에 대한 전향적 검토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현장 중심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갈등을 해소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준 원장은 “재생에너지 100GW 달성과 관련,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야 하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굉장히 어렵지만, 국민들이 새로운 발전설비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관심 있게 바라봐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만 이야기하는데 국민들이 차도 사줘야 하고, 재생에너지 그리드와 관련해서도 감수를 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좌장으로서 패널 토론을 이끈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이번 토론회는 지난 10일 탄녹위의 NDC 의결에 이어 11일 NDC 통과 직후 첫 토론회로서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정부가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이를 시민사회가 어떻게 신뢰할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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