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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있는 나라가 대체 왜…" 美 석학 '일침' 날린 까닭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입력 2025-11-12 12:43   수정 2025-11-14 12:43


“이 밴드는 땀으로 전원을 공급받아서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죠. 여기에는 의료용 로봇도 있고요. 벌처럼 나는 초소형 비행 드론도 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고(UC샌디에고) 상황로봇연구소에서 만난 헨릭 크리슨텐센 석학교수는 4층으로 이뤄진 연구소를 1층부터 올라가며 연구 중인 로봇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미국의 로봇 전략을 설계하는 대가인 그도 자신의 손을 거친 로봇들을 설명할 때는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한국 로봇 산업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자 “전략이 없다”며 매섭게 돌변했다. 그는 한국 로봇 산업의 길은 조선·중공업·헬스케어 로봇에 집중하는 데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에 로봇 전략 없어"
크리스텐센 교수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기계·컴퓨터·생명공학 등 여러 학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상황로봇연구소를 10년째 이끌고 있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국의 ‘로봇 전략 로드맵’ 설계에 처음 참여한 뒤 4년마다 지난해까지 총 5차례 로드맵 작성에 관여했다. 백악관에 로드맵을 제출하러 처음 갔을 때 한 고위 당국자는 그에게 “로봇 전략이 왜 중요한지 30초 안에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제조업 부활, 의료 서비스 향상, 로봇의 전선 투입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고 곧바로 미 행정부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현재 제조업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판금·용접·도장 정도만 자동화됐을 뿐 나머지 작업도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현대자동차 제조 공정을 예로 들며 “자동차는 좌석·안전벨트·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수백만 가지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로봇 시스템은 이렇게 광범위한 변동성을 처리하도록 자동화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평평한 공장 바닥에서 로봇이 이족보행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바퀴 달린 산업용 로봇이 빨리 보급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한국에 "일관된 로봇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 현대차 등 우수 기업들이 있고 카메라 기술과 임베디드 시스템 등도 훌륭하지만 시도 분야가 너무 넓게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 분야에는 웨이모 같은 기업이 있어 이기기 어렵고,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테슬라가 앞서가고 있다”며 “한국은 조선·중공업 등 대형 구조물을 제작하는 분야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사례를 들며 “30년 전 오덴세에 로봇 공장을 지은 결과 30대의 로봇이 협력해 선박을 완성한다”며 “이 프로젝트가 덴마크의 로봇 생태계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뿐만 아니라 풍력·해양 터빈 등도 로봇으로 만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LG와 삼성 등이 강점을 가진 헬스케어 분야도 로봇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 로봇 산업의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의 화낙, 야스카와전기,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 등 세계적 산업용 로봇 업체들 사이에 아직 미국 기업은 없다”면서도 “이제는 중국산을 수입하기보다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이 있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로버스트AI 등 6개 로봇 관련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로봇공학 기업에는 지금이 상당히 좋은 시기”라며 “미국에서도 피지컬인텔리전스·어질리티로보틱스·임바디드 같은 회사들이 상당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참 의료 등 전장에서도 로봇 역할 다양
크리스텐센 교수는 안보·방위산업 측면에서도 로봇의 역할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그의 휴대폰은 현지 방산기업과 군 당국 인사들의 문의로 뜨거울 정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이 전장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방산업계도 군사용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UC샌디에고 제이콥스공대는 실드AI와 AI 기반 자율무기 구현을 위한 제휴 프로그램을 체결했고, 2023년부터는 혁신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 해군으로부터 1280만달러(약 176억원) 지원을 받고 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로봇은 실제 전투뿐 아니라 제조·병참·인명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군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는 로봇이 전시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그는 연구 중인 의료용 로봇을 가리키며 “이는 실제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이라며 “부상당한 군인을 항공기로 수송해야 할 때 항공기에 있는 의료 로봇을 통해 외과의가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찰 및 인명 구조 등 위험 환경에도 인간 대신 로봇이 투입될 수 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UC샌디에고의 지진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10층 빌딩에 지진·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하고 로봇이 내부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출라비스타에서는 경찰이 긴급 출동 전화를 받으면 인력을 먼저 보내는 대신 드론을 보내 100초 내에 현장 영상을 확보한다고 한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상황로봇연구소는 전투원의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방산 기업들은 다양한 기술 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상황로봇연구소는 방산업계와 자율 비행·수영 등 이동 기술뿐만 아니라 라이다·카메라로 세계 모델을 구축하는 센서 기술, AI 로봇의 강화학습, 다중 로봇 협업 기술 등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러한 협업을 실험실 밖 현실 세계에서 기술을 시험해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미래의 전쟁은 비대칭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소수의 드론으로 러시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처럼, 예전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강대국일수록 소규모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타인을 해치려는 한 개인을 제거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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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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