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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줬으니 알아서 해라?"…갈 곳 없는 회계사들 '분노'

입력 2025-11-12 15:37   수정 2025-11-12 18:47

“국가가 자격증을 줬다면, 수습할 기회도 책임져야 합니다.”

12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요구하는 회계사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집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무리한 선발 확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실무 수습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발 인원을 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시위에는 수습기관에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뿐 아니라 현직 회계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비대위는 "합격하고도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450명에 달하고, 인턴이나 파트타임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6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가 자격증을 부여해놓고 수습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현실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지정 회계사가 나올 것을 모르고 증원했다면 금융정책을 다룰 자격이 없고, 알고도 증원했다면 금융위원회는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또 금융당국의 수요 예측 구조가 잘못됐다며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가 사기업의 회계사 수요를 고려하겠다며 선발 인원을 기존 1000명대에서 1250명으로 늘렸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사기업은 실무 경험이 있는 인턴이나 경력직을 선호할 뿐 수습 회계사를 원하지 않는다"며 "재무팀 전체 채용 인원 중 수습 회계사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기업 수요를 이유로 증원한 것은 구조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감사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도 필요하다"며 "미지정 회계사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향후 감사 품질 문제로 자본시장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강 중심의 형식적인 수습 과정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적격성을 쌓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며, 중소형 법인 소속 수습 회계사들을 위해 한공회 주도의 공동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감사보수 덤핑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금융당국이 표준감사시간제도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전면 시행해 감사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수습 회계사들의 성장은 단순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며 "금융당국이 책임 있는 결단으로 정책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자격제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50명으로 증원한 이후 올해 1200명으로 줄었다. 미지정 사태가 지속되면서 내년에는 1000명 이하로 감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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