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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최신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예상 시기를 그간 주장해온 2030년에서 2050년으로 늦춘 시나리오도 포함해서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석유 수요 증가세가 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IEA는 당초 2030년으로 석유 수요 정점을 예상한 시나리오와 함께 2050년까지 석유 소비가 13% 증가하는 ‘현재정책시나리오’(CPS)를 다시 제시했다. 주된 이유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도입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IEA가 작년에 조사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2035년까지 10년간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또 신규 석유 및 가스 공급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혀 입장변화를 보였다. 이 기구는 이전에는 신규 석유 및 가스 공급에 대한 투자는 기후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IEA를 공격하며 지원 예산 삭감을 추진해왔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로부터의 압력이 보고서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했다.
IEA 사무총장 파티흐 비롤은 CPS 기준 부활이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에 반박하고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 이유는 정치, 경제, 에너지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9월에 석유 기업 BP도 석유 수요가 올해안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철회했다.
보고서는 CPS 외에도 석유 수요가 2030년경에 정점을 찍는 STEPS(발표정책 시나리오)도 계속 포함했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비롤은 "미래 석유 수요의 주요 결정 요인 중 하나는 운송 부문의 전기화”라며 “정부 정책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CPS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이 하루 약 1억 배럴에서 2050년에는 1억 1,300만 배럴로 증가하는 반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2035년 이후 대체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STEPS 시나리오에서는 전기차 판매량 비중이 203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하고 2035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각각의 경로에 따라 세계 석유 시장과 가격 예상치도 달라진다. CPS에서는 ‘수요 증가로 석유 및 LNG 공급이 더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2035년 유가가 배럴당 약 9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수요를 충족하려면 하루 약 2,500만 배럴의 신규 프로젝트와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나 이란 등의 공급이 필요하다.
CPS 경로에서는 또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거의 3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번 주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로 알려진 기후 회담을 앞두고 심각한 지구 온난화 경고가 될 수 있다.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설립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은 전 세계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이 정책 및 투자를 계획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IEA의 석유 수요에 대한 재평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카르텔의 환영을 받았다. OPEC은 IEA가 ‘반석유 서사’를 조장한다고 비난해왔다. OPEC은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해왔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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