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는 수년 전 팬데믹의 교란으로부터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 회복의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2026년에도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추이는 팬데믹 이전의 궤도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인하할 것이고 양적긴축(QT)을 중단하는 등 기본적으로 통화 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다만 그 속도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버블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경기 호황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 한다.
이러한 흐름이 무난하게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의 펀더멘털 대비 가격 부담과 시장금리 수준을 비교했을 때 주식과 채권은 비슷한 정도의 투자 매력을 가진다고 본다. 게다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gold)의 상승세 또한 속도의 완급 조절은 있겠지만 상당히 장기적인 추세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상의 전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생각해본다면, 인공지능(AI) 투자 경쟁 과열로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하는 반면 주식 시장에서는 차익실현이 시작될 가능성,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 협상이 오랫동안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수치가 예상보다 악화될 가능성 등을 들 수 있겠으나 그 확률은 낮아 보인다.
미국 주식 시장
10~20%대 수익률 무난할 듯
미국 주식의 상승 장세는 내년에도 큰 무리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꾸준히 상승하는 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항상 미국 주식 시장으로 보유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 내년에도 시장을 따라간다면 연 10~20%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 증시는 아주 가끔씩 경기 침체를 전후로 하락 장세가 나타난다. 여기서 경기 침체는 단지 플러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뜻하는 경기 둔화가 아니라 역성장(마이너스 성장)을 말한다. 지금 미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둔화되고 있지만 침체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국 대비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우위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5년 대비 2026년에 조금 높아지는 반면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은 소폭 낮아진다. 또한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기업들은 2026년과 2027년에도 연 10%대 중반 수준의 순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섹터별로 투자 매력을 비교한다면 미국 경제와 기업 이익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여전히 테크(tech) 섹터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미디어, 로봇, 우주항공, 바이오텍 등 그 영역이 매우 넓은데, 이 중 반도체 업종의 이익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이는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 증시의 기업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는,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익 성장률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비싸게 거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엄밀히 계산해봤을 때 미국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익 성장률 대비 주가가 터무니없이 비싼 수준은 아직 아니다.
한국 주식 시장
짝수 해는 평균 수익률 부진
코스피 지수의 내년 기대수익률은 올해에 비해 상당히 낮을 수 있다. 지수는 2025년에 연초 대비 70% 넘게 상승했는데, 이는 1987년과 1999년에 이어서 역대 세 번째 상승률이었다. 한국 증시는 1~2년의 짧은 주기로 주가지수 등락률의 편차가 큰 편이다. 통계적으로 홀수 해의 평균 수익률과 상승 확률은 매우 높은 편이고 짝수 해는 그에 비해 매우 부진하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코스피 기업들의 2026~2027년 주당순이익(EPS)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을 지수 전망에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전망치는 1~2년 뒤에 확인될 실제치와 많이 다를 수 있고, 우리 증시는 기업 이익 성장을 매년 꾸준히 반영하기보다 몇 년 주기로 한꺼번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초에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 4200포인트는 2026년의 예상 이익까지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2026년 말 지수 타깃은 4500~5000포인트 사이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보다는 조금 보수적인 수준의 현실을 예상한다. 결국 2026년 코스피 지수에 대한 투자는 2025년과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기보다,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의 점진적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장기 투자하거나 4000포인트 아래에서 과도한 하락을 보일 경우 저가 매수를 시도하는 방식이 좀 더 안정적이라 생각된다.
반도체는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양호한 개인용컴퓨터(PC)와 휴대전화 수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감산 정책으로 메모리 현물 가격이 급등해 주가도 상승했다. 2026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계약 가격(실제 판매 가격)이 현물 가격에 이어 상승할 전망이며 기업들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다만, 상승한 가격을 고객사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수요가 재차 둔화하고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물 가격과 주가는 오히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 AI 사용자 수가 현재 월 800만 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거나 메모리 업체들이 반도체 관세를 감안해 감산 기조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내년의 주가 업사이드는 제한적이라 판단한다.

중국
상반기 소비부양책 기대
2025년 중국 증시는 AI 관련주와 에너지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AI 관련주로 중국 빅테크, 반도체, 통신장비 등 인프라가 큰 폭 상승했고 에너지 업종은 원자재, 유틸리티, 2차전지가 상승했다.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의 PER은 약 100배에 달하는데 엔비디아,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중국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지는 않지만, 주가는 현재 수준에서 2026년 증가하는 실적을 확인하며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수출과 소비는 연초 대비 소폭 둔화했고 생산, 경제성장률은 견조하다. 횡보하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향후 가격 하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 3년간 고점 대비 약 30%나 떨어진 수준이고, 가계 임금은 3년간 연간 4% 상승해 왔으며 실질금리 하락으로 금융 환경이 양호해졌기에 부동산 저가 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본다.
2026년 중국 증시 주도 섹터는 원자재 관련주, 인플레이션 수혜주, 소비재, 에너지 업종 등을 예상한다. 이들의 비중이 높은 본토 상품 위주의 대응을 추천한다. 정부의 공급 개혁 정책과 양호한 소비로 소비자물가가 점차 상승하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에너지 관련주 또한 늘어나는 AI 전력소비와 신재생에너지 수요, 정부의 감산 정책 등으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연중 흐름은 상고하저를 예상한다. 상반기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소비가 둔화하면 정부가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하고 소비부양책을 발표할 수 있으며, 시장은 기대감에 상승할 수 있다. 상반기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하반기 가계 수요가 상승한 물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채권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주목
우리나라 투자자가 채권을 투자할 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국내 채권과 미국 채권인데, 두 나라의 채권 투자 환경과 수익률은 차별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미국의 채권 투자 여건에 대해 알아보면, 기준금리는 내년까지 인하해 3% 정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고용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미리 반영해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듯하다. 그 후로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반영해 움직일 것이다.
구조적인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고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나타난다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 채권 투자자는 내년 1분기까지 보유한 후, 그때 상황을 보며 매도할지 유지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국내 채권 투자 여건을 살펴보면, 기준금리는 가계대출과 금융 안정을 위해 2025년에 동결한 후, 점차 둔화되는 경기를 막기 위해 한두 번 정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0년 금리는 내년 초반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부진한 경기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2분기 정도부터 선제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그러므로 국내 채권은 급하게 매수하지 말고 내년 1분기 중 투자해 하반기 이후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좋다. 이는 채권으로 매매 차익을 내기 위한 전략이며, 만기 보유를 생각한다면 매매 타이밍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환율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 전망
환율은 두 나라의 금리 차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최근에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가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기존의 관계를 벗어나 가파르게 평가절하됐다.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이후 원화가 약세로 전환됐으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둘째, 일본 엔화 약세 기대 때문이다. 10월 초 이후 환율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만든 것은 엔화의 움직임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의 경제 정책이 예전의 ‘아베노믹스’ 처럼 엔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고, 이는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마무리될 것이며, 일본은 높은 물가 때문에 예전처럼 엔저를 강하게 추진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겠지만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와 미·중 마찰 지속,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과정이 환율 변동성을 계속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금
10년 단위 사이클의 시작
역사적으로 금 가격은 기본적으로 10년 단위 사이클이었다. 과거 두 차례의 굵직한 상승 사이클에서 누적 상승률은 1970년대에는 약 20배, 2000년대에는 약 8배에 달했다. 최근 2024년부터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 가격 상승세 또한 상당히 장기적인 추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자유무역의 확산과 세계 경제 단일화 추세가 2010년대 이후 분절화·블록화·각자도생의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점, 주요국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 전 세계 금 생산량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늘다가 2019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 미 Fed가 향후 2~3년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 등이 모두 단기적인 이슈가 아니라 장기적인 금 가격 상승 요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금은 포트폴리오 투자 관점에서 미국 주식 시장과 함께 보유할 때 그 효용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에서는 금이 오르고, 불확실성이 낮은 국면에서는 주식이 오르는 상호 보완 관계가 역사적으로 명확했다.
이은정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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