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3일 17: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진단기업 피플바이오가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으면서 890억원 규모 부동산을 매입한다. 기존 대출을 승계하고 매각측에 전환사채(CB)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현금은 오가지 않는다.
자본잠식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빚을 내 본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해당 부동산이 새로운 최대주주 측 소유물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피플바이오는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최대주주가 이스턴네트웍스로 변경됐다고 13일 공시했다. 이스턴네트웍스는 2000년에 설립된 IT 전문 기업으로 주로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 316억원, 순이익 25억원을 올렸다.
먼저 피플바이오가 추진하는 총 13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이스턴네트웍스(90억원)와 유한회사 리얼리티젠(40억원)이 참여한다. 두 회사 모두 유세권 이스턴네트웍스 대표가 이끄는 곳이다.
이와 함께 피플바이오는 유한회사 리얼리티젠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999-8 토지와 건물을 890억원에 매입한다.
부동산 매입 대금으로 270억원 규모 30년 만기 사모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리얼리티젠 측에 넘긴다. 나머지 620억원은 기존 대출을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피플바이오는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약 62.8%로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올해 말까지 개선되지 않으면 관리종목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번 유상증자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 CB 발행으로 4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 효과가 기대된다. 현 시가총액(약 370억원)을 넘는 자본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거래로 유 대표 측은 과반이 넘는 피플바이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최대주주인 강성민 대표측 지분은 13.41%에서 한자릿수로 감소할 전망이다. 양측은 공동 경영권을 행사하는 형태에 합의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은 유상증자 대금 120억원뿐이다. 부동산 매입을 위해 620억원 규모의 대출을 승계하면서 오히려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플바이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 251.9%에서 올해 상반기 639.3%로 급등한 상태다.
CB 발행으로 인한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영구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나란히 4.5%로 책정됐다. 기존에 피플바이오가 발행했던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5% 수준이었다.
피플바이오가 매입한 부동산의 용도와 활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토지면적 1192.1㎡, 연면적 874.9㎡(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등기상 지하 1층에는 사무실, 지상 1층에는 소매점과 제조업체가 입점했다. 2층에는 당구장이 자리하고 있다. 3층은 물탱크실이다. 현재는 공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부동산은 이스턴네트웍스가 AI 데이터 인프라 부지로 낙점한 곳으로 알려졌으나 피플바이오로 소유권이 바뀌면서 용도가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외부 감정평가를 통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얻어 이번 부동산 거래의 가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거래의 실질적 승자가 유 대표 측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리얼리티젠이 2022년 약 616억원에 매입했던 만큼 피플바이오의 새로운 최대주주인 유 대표측은 약 3년 만에 274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이 본업과 직접 관련 없는 부동산을 인수해 자본을 늘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번 자본 확충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지, 실질적인 사업 재편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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