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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머문 베릿내 마을…참다운 제주를 만나다

입력 2025-11-13 16:32   수정 2025-11-14 02:22

좁은 골목길, 현무암 돌담, 황모(억새) 지붕….

150년 전 제주의 해녀들은 어떤 곳에서 살았을까. 도시의 많은 것을 이식한 제주에 그 옛날 어촌마을을 그대로 보존한 휴식처가 있다. 어촌마을이던 ‘베릿내 마을’을 그대로 보존한 제주 씨에스 호텔&리조트.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곳은 소설가와 작가 등이 영감을 얻기 위해 긴 시간 머무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베릿내는 ‘바다와 연결된 내(川)’ 또는 ‘별이 내리는 내’를 뜻한다. 모든 객실은 당시 어촌마을 집이 있던 자리 위에 지어졌다. 선조들이 살아온 공간의 기억과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초당, 고당, 미당, 별당 등 각 객실은 마을의 작은 집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드러운 제주 바람이 스며드는 창, 돌담과 황모 지붕의 소리를 담은 구조, 전통 한옥 건축의 중심을 이루는 대들보 기둥까지 모든 것이 옛 방식 그대로다.

호텔을 거닐면 제주 전통 생활 방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정낭(나무 막대기)이 설치된 입구는 단순한 출입문이 아니라 공동체와 신뢰를 상징한다. 울타리나 잠금장치 없이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제주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정원 한편에는 옹기 마루가 자리해 제주 화산토로 만든 옹기가 줄지어 놓여 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해녀와 어부가 일상을 살아가던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100년 넘는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은 이 호텔을 상징하는 오브제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 지역을 덮었던 자연림의 일부였을 잔디마당의 먼나무는 제주의 원형을 간직한 상징적 존재. 100년 넘게 살아남은 이 나무를 바라보며 맞이하는 석양은 조상이 바라봤던 하늘과 닮아 있다.

전통 한옥 객실은 방석이나 요를 포개어 두던 보료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해 과거 제주 가옥의 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 고당(高堂)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 거처하던 집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옛 초가집과 돌담, 정원을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적 숙박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정원 한편에는 8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객실은 바다와 마주한 자리에 있다. 창을 열면 해녀의 숨비소리(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를 들을 만큼 바다와 가깝다. 끊임없이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사치도 이곳에선 자연스럽다.

미당과 별당은 서로 마주 보며 자리한 전통 단층 가옥이다. 툇마루에 앉으면 돌담길과 정원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옛 선비가 글을 읽고 사색을 즐기던 공간에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미당과 별당의 툇마루는 과거 제주도가 ‘삼무도(三無島)’라고 불린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제주는 예로부터 ‘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집을 오갈 때도 문을 굳이 닫지 않았다. 신발이 없어질까 봐 문 안에 두는 일도 없었다.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황모 지붕 잇기와 같은 정기적 전통 보수 작업을 통해 150년 전 어촌마을의 생활 방식과 자연 친화적 건축 문화를 계승한다. 한라산 기슭 초원지대에서 자생하는 황모를 엮은 지붕은 제주 사람의 삶의 지혜와 자연과의 공존 정신을 담고 있다. ‘제주 속의 제주’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호텔 내 ‘카페 카노푸스’와 ‘카노푸스 다이닝’은 별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된 공간이다. 카노푸스는 고대 동양 천문학에서 장수와 행복을 상징하는 별로 오랜 세월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전해줬다. 카노푸스 다이닝과 카페는 단순한 식음 공간을 넘어 방문객의 기억 속에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선사한다. 밤하늘 카노푸스를 바라보며 느끼는 고요함은 머무는 동안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씨에스 호텔&리조트에서 머무는 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제주 속에서 진짜 제주를 살아보는 경험이었다. 돌담길 산책, 제주 전통놀이 체험, 제철 해산물과 식자재로 만든 요리 등은 제주 사람의 생활과 자연,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치. 마치 베릿내 마을 주민이 된 듯한 일상을 살아봤다면 과장일까.

잠시 머무는 동안, 도시의 번잡함은 저만치 멀어진다. 제주 바람과 파도, 마을의 숨결이 투숙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채운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제주의 숨결을 동시에 경험하며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

제주=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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