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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5000 시대'를 대하는 기획재정부 태도 [EDITOR's LETTER]

입력 2025-11-17 07:00   수정 2025-11-19 14:27

[EDITOR's LETTER]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는 민주당의 강적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습니다. 비결은 메시지의 간결성과 캠페인의 일관성이었습니다. 부시는 어떤 질문을 받아도 두 가지로 답했습니다. “세금을 낮추겠다. 군비를 강화해 강력한 미국을 건설하겠다.” 캠페인도 이에 맞춰 진행했습니다.

간결한 메시지와 일관성 있는 정책,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캠페인. 이는 선거뿐 아니라 정책의 성공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선명한 정책 목표는 ‘주가 5000 시대’입니다. 현 주가만 보면 성공에 가깝게 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의 모습은 일관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란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주식투자자들은 두 가지를 목표로 합니다. 주가 상승과 배당. 오랜 기간 한국은 배당에 대한 기대가 없었습니다. 중국보다 배당을 적게 하는 나라였습니다. 이유는 배당 규모를 결정하는 대주주(오너)가 배당받을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금이 문제였습니다. 배당액이 다른 금융소득과 합쳐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최고 세율은 45%, 지방세 포함 49.5%가 됩니다. 절반이 세금으로 나갑니다. 배당 대신 다른 선택을 하게 구조가 짜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연봉 등이 그 예가 되겠지요. 배당은 위축되고 한국 주식시장은 오로지 시세차익만 노려야 하는 불안정성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주식시장 안정적 성장을 위해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분리해서 과세하고 최고 세율은 25%로 낮추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등이 발의했습니다. 시장은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시장은 실망했습니다. 기재부는 최고 세율 35%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방세 포함 38.5%입니다. 현재 49.5%(지방세 포함)보다는 낮지만 기업 오너들이 굳이 배당을 늘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35%라는 세율은 별다른 근거도 없었습니다. 현재 소득세율은 9, 18, 27, 36, 45%로 9의 배수로 돼 있습니다. 세율 변화로 인한 급격한 세금 인상과 실질 소득 역전을 막기 위해 설계된 세율입니다. 기재부가 제시한 35%는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45%와 국회에 제출된 25%의 중간선에서 대충 맞췄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기재부는 3년 한시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마지못해 법안을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재부는 “세수가 줄어든다”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전 정부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좀 달랐습니다. 아무런 반론도 없이 각종 감세를 시행했습니다. 세수가 펑크 나니 한국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끌어다 쓰고 편법으로 각종 기금에 손을 댔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1500만 주식투자자들의 바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세수를 말하니 신뢰가 조금 안 가기는 합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고 주가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정책은 주무부처가 가장 성의 없이 받아들인 듯합니다. 물론 당정 협의를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이 25%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로 볼 때 이재명 정부의 다른 정책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공무원들의 태도도 이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때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을 들었던 기재부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파워는 예전만 못하고 젊은 직원들이 공직을 떠난다는 말도 끊이지 않고 들립니다. 사기가 떨어진 것은 당연합니다. 대통령실도 이런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바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 주도로 ‘헌법수호 TF’를 부처별로 만들어 내란 세력을 색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특검이 여러 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역대 정부 모두 실패한 적폐 청산을 반복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에 취해 공직사회의 광범위한 반감을 사는 조치는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공직사회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결국 대통령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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