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준비 중인 비대면진료 법안 곳곳에 독소조항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편의를 떨어뜨리는 지역제한에 관한 내용이 적용됐으며, 심지어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에 대한 '징역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비대면진료의 효용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주지·체류지 다르면 비대면진료 제한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 대안 설명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발의돼 있는 최보윤·우재준·전진숙·권칠승·김윤·김선민·서영석 의원안 중 내용을 통합한 내용이다.정부안에는 그동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거주지 제한' 조항이 포함됐다. 환자의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동일한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 반면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면 거주지역 외에서 비대면진료는 '재진환자'로 제한된다. 정부안은 거주지 밖에서는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만이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와 같은 제약이 붙으면서 유학이나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체류지가 다른 환자는 원활한 비대면진료 사용이 어려워지게 됐다. 과거 재진환자 위주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당시, 코로나19 시기 22만건에 이르던 비대면진료 건수가 14만 건으로 크게 줄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도 고삐 조인다...'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도 커진다. 다만 내용이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위와 같은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처벌규정까지 내세우면서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전했다.
한 비대면진료 업계 관계자는 "기업 광고를 진행했을 때도 '비대면진료 업체가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며 "정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광고만 해도 의무사항 위반으로 고발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경우 병원에 대한 별점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 돼 있다. 이는 환자가 합리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도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을 추천하거나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들에게 '보건복지부에 분기별 통계 보고'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통계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통계의 구체적인 범위와 항목을 명시하지 않으면 플랫폼 이용자의 개인정보, 의료기관의 거래 데이터, 매출 정보까지 전부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기업에게 유래없는 수준의 정보 제출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들이 금지 행위를 위반할 경우 사업자 신고 취소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시정명령 미이행 시 1년 이내 영업정지 처분, 5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