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의 귀재’다. 실적도 빼어나지만 투자 철학도 남다르다. 투자에 대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금쪽같다. 그의 어록만 모아놓은 책이 여러 권일 정도다. 매년 5월초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수만 명이 몰리는 것도 금쪽같은 그의 말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버핏 어록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론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투자의 기본을 강조한 말이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는 말은 역발상 투자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최근 잘나가고 있는 한국 증시의 투자자들도 한번쯤 곱씹을 만한 말이기도 하다. “어떤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는 명언은 가치투자를 대변한다.
단지 투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삶과 생활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어록도 상당하다. “명성을 쌓는 데 20년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거나 “당신 자신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1930년생으로 95년을 살아온 ‘오마하의 현인’다운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이런 버핏이 주옥같은 명언을 또 쏟아냈다. 11월 10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주주에게 보낸 감사 서한에서다. 그는 “연말에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겠다”며 “이제 연례 서한도 보내지 않고 주총에서 문답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찰리 멍거를 비롯한 지인들과 얽힌 일화, 차기 CEO인 그레그 아벨에 대한 기대, 미국 경제와 벅셔해서웨이에 대한 희망을 언급한 뒤 ‘몇 가지 마무리 생각(A few final thoughts)’을 덧붙였다.
그는 “과거 실수에 대해 자책하지 마라. 조금이라도 배우면 된다. 개선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고 조언한 뒤 “위대함은 재물이나 명성, 권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군가를 돕는 것이 세상을 돕는 것”이며 “청소부도 회장만큼 소중한 인간임을 명심하라”고도 했다. 평소 강조하던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지키자며 “친절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그 가치는 셀 수 없을 만큼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버핏은 두 사람의 실명을 거론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뒤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과 절친인 톰 머피 전 ABC 회장이 그들이다. 버핏은 “노벨의 형이 사망했을 때 한 신문사에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착각해 노벨의 부고를 인쇄했다”며 “노벨은 자신의 부고를 읽고 경악해 행동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노벨의 부고를 전하며 그를 ‘죽음의 상인’으로 묘사했다. 이를 본 노벨은 전 재산을 털어 노벨상을 제정했다. 버핏은 “당신이 원하는 부고 기사의 내용을 정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라”고 권했다.
버핏은 “적당한 영웅을 선택한 뒤 그를 따라 하라”며 “톰 머피와 함께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머피는 캐피털시티즈 CEO를 지내며 규모가 4배나 되는 ABC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한 방송 경영인이다. 버핏은 평소 그를 “내가 아는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이성적이며 가장 효율적인 CEO”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당신의 영웅을 따라 하라. 완벽하진 못하지만 언젠가는 더 나아질 수 있다”며 서한을 마쳤다.
당신의 부고 기사는 어떠할까. 그리고 당신의 영웅은 누구일까.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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