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국가 경제 체력(펀더멘털)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문제로 보기 어렵다. 원화 가치 급락(환율 급등)은 그 자체로 경제 불안 요인이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부담을 준다. 각 경제 주체의 불안심리를 키울 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식자재 등 수입 물가가 뛸 수밖에 없고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통화정책을 제약한다.
다만 지금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과거와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외환보유액이 4288억달러에 달하고 올 들어 9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827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억달러나 많은데도 환율은 우상향하고 있다. 달러가 더 오르기 전에 확보하려는 가수요에다 아직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한 대미 관세 협상이 시장에 미친 여파다. 하지만 이보다는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증시 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급증한 게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이 23억240만달러(약 3조3800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해외 주식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순매수 미국 주식도 68억5499만달러로, 무역수지 흑자액(60억50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한 것도 구조적으로 더 많은 달러 수요와 환율 상승을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더라도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환율 안정을 꾀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국내 상장기업의 성장성과 혁신 능력을 높이는 정공법 외에는 뾰족한 방책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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